배우 송중기. 사진=연합뉴스
배우 송중기. 사진=연합뉴스
래몽래인은 작년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인기와 함께 급부상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지 1년 만의 결과였다. 하지만 랠리는 '반짝'에 그쳤다. 초기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불과 두 달 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면서 무상증자를 요구하기까지 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주 종가 1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만원이 지지선이었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다.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엔터주 전반으로 자금이 몰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이 매물 출회가 주가를 짓눌렀다.

'재벌집' 방영 후 10일 만에 78% 폭등 …SBI·메이플, 6배 벌고 '엑시트'

래몽래인 로고. /사진=래몽래인
래몽래인 로고. /사진=래몽래인
래몽래인은 2021년 12월 3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이전상장 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지만, 작년 11월 18일 '재벌집 막내아들' 방영 후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드라마의 흥행에 잇단 상한가를 치면서 그해 11월 28일 장중 3만9600원 고점을 찍었다. 방송 시작 후 고점까지 불과 10일 만에 73% 폭등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무려 700억가량 불었다.

하지만 갑자기 오른 만큼 주가 하락도 가팔랐다. 주가를 끌어올렸던 '재벌집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컸다. '이때다' 싶었던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도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 초기 투자자였던 SBI인베스트먼트와 메이플투자파트너스는 '재벌집 막내아들' 방영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하던 작년 11월 말 모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완료하며 초기 투자금의 최대 6배를 벌어들였다.

이 와중에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래몽래인은 약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드라마 제작 기간이 늘어나면서 제작 원가가 증가한 데다 신규 제작 드라마의 계약 연기로 수익이 이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는 고점(3만9600원) 대비 딱 절반 수준이다. 시총은 그때와 비교하면 약 1200억원이 날아갔다. 불과 두 달 만에 곤두박질친 주가에 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회복 방안으로 무상증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적어도 당분간은 무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보단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회사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란 입장을 밝혔다.

"재벌집 수익금 올해 본격적 반영"

래몽래인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 일단 실적 호재가 남아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관련 정산금이 올해 1분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뷰 등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의 판권 계약이 정산되면 20%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래몽래인이 제작하고 내달 첫 방송을 앞둔 '오아시스' 포스터 / 사진=KBS2
래몽래인이 제작하고 내달 첫 방송을 앞둔 '오아시스' 포스터 / 사진=KBS2
재벌집 막내아들의 지식재산권(IP)을 50%나 보유한 만큼 드라마 종영 후에도 중국 판권 판매나 기타 IP 관련 상품 판매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우 이영애 주연의 '마에스트라'를 포함해 올해 론칭하는 드라마가 10개에 달하는 등 다수 예정된 점도 호재다. 배우 김선아가 주연으로 캐스팅된 드라마 '가면의 여왕'과 장동윤·설인아·추영우 주연의 '오아시스'도 래몽래인이 제작을 맡았다.

이 연구원은 "한 작품 이상의 자체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98억원, 151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0.1%, 영업이익은 153.9% 증가할 것이란 추정이다.

하지만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주가 반등 시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출회 가능한 벤처캐피탈 등 물량은 전체 23.45% 수준이었다. 이중 14.81%에 해당하는 물량이 작년 11월 빠져나가 현재 남은 물량은 8.64% 정도로 추산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