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가 설립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강도 높은 변화를 예고하면서 시장이 환호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줄줄이 목표가 상향에 나서면서 에스엠 주가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게를 싣고 있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스엠은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32%) 오른 9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 주가는 올해 들어 22.61% 급등했고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이같은 주가 상승 배경에는 최근 에스엠이 발표한 새로운 프로듀싱 시스템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에스엠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SM 3.0 지식재산권(IP) 전략을 공개했다. 'SM 3.0' 시대로의 도약을 선포하고 이수만 총괄프로듀서(PD) 체제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이끄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에스엠은 여러 개의 주체가 각각의 IP를 제작하는 멀티 제작센터·멀티 레이블 체계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역량 분산·체계화 △독립적 의사결정 보장 △자율성 존중 △아티스트-회사 간 장기간 상생 기반 마련 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뿐만 아니라 기존 체계에서는 평균 3년 6개월에 1팀씩 데뷔했으나 앞으로는 매년 2팀 이상 선보일 계획이다. 아티스트 데뷔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별 음반 발매도 연 31개에서 4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에스엠의 이같은 결정에 17년간 몸담은 유명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사측이 이수만 측과 상의 없이 SM 3.0을 공표했다며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하는 등 내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종은 5일 새벽 SM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하지만 에스엠 내부에서는 이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에스엠 게시판에는 "4세대 (아이돌)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래·콘셉트·마케팅 등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낀다"며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그동안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1세대 아이돌 H.O.T.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엑소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를 배출하며 에스엠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대표하는 대장주였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BTS, 트와이스 등 3세대 아이돌 시대를 맞으면서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에 밀려 업계 3위로 밀렸다.게다가 2021년 기준 이수만 대주주가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으로 가져간 액수가 24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에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에 체계 개편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결국 이수만 대주주는 퇴진 의사를 밝혔고 이번 개편안 발표로 퇴진은 현실이 됐다.이에 전문가들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도입과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 등 다방면에서 에스엠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이크기획, 본업과 무관한 다수의 비핵심사업 등 시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부분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증권가에서는 에스엠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높은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0만4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밖에 SK증권(9만4000원→12만원)과 다올투자증권(10만2000원→12만원), 메리츠증권(9만원→10만5000원) 등도 목표가를 높였다.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 도입으로 아티스트의 활동이 훨씬 활발해지고 음악적 다양성도 확보될 것"이라며 "아티스트의 활동에 속도를 내고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핵심 사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M 3.0 전략 공개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 방향과 IP 수익화 가능성은 믿을 수 있게 됐지만 구체적인 IP 수익화의 수준과 멀티 레이블 체제 내 음악의 흥행 여부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향후 증명이 필요한 부분은 SM브랜드마케팅(SMBM) 지분 구조 정상화에 따른 MD 매출 비중의 확대와 투어 수익성의 개선,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제작된 음악의 흥행 여부라는 것이다.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이 피어 기업과 동일한 멀티플로 평가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 음악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발표된 멀티 레이블 체제와 기존 계획 대비 한 개 팀과 한 명의 솔로가 추가된 신인 라인업은 긍정적이지만 음악이 흥행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SM엔터테인먼트가 설립자인 이수만 대주주의 퇴진을 결정한 가운데,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이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업계에 따르면 김민종은 지난 5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SM이 이수만 대주주와의 프로듀싱을 종료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골자로 한 'SM 3.0 시대'를 선포한 것을 맹비난했다.김민종은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향해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SM을 위해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감각이 필요하고, SM 창업과 발전에 일생을 바친 이수만 프로듀서를 예우해달라"고 주장했다.이성수 대표는 이수만 대주주의 처조카이고, 탁영준 대표는 매니저로 출발해 이수만 대주주와 오랜시간 호흡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이수만 측과 상의 없이 프로듀싱 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게 김민종의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러한 주장은 SM 내부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SM 직원들은 오히려 'SM 3.0 시대'에 공감하며 김민종을 비판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사는 변화가 필요하고 선생님이 계속 있는 한 변화는 어렵다고 본다", "직원들은 자기 위치에서 본인 일하고 있는데 이런 메일 보내서 머리 복잡하게 하지 말라"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두 공동대표를 응원한다는 의견도 보인다.앞서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팬과 주주 중심의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M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도입했다. SM 소속 아티스트를 5+1개의 제작 센터로 구분, 아티스트 전담 제작/핵심 기능을 배치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보장 및 창작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계획이다.'나이비스(Naevis)'와 같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제작 및 운영 관리를 전담하는 1개의 가상 아티스트/IP 제작 센터도 신설하기로 했다.이는 곧 이수만 대주주 중심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그간 이수만 대주주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의 비용을 수령, SM은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이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이수만 대주주와의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다올투자증권은 6일 에스엠에 대해 '에스엠 3.0 멀티레이블 전략' 공개에 따른 우호적인 기대감을 전망치에 반영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2000원에서 12만원으로 올렸다. 투자의견도 '매수'를 유지했다.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3.0 전략 공개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 방향과 지적재산권(IP) 수익화 가능성은 믿을 수 있게 됐지만, 구체적인 IP 수익화의 수준과 멀티 레이블 체제 내 음악의 흥행 여부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지난 3일 에스엠은 멀티 레이플 체제를 발표하면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없이 음악을 만드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 발표한 12가지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믿을 수 있게 됐다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아울러 공개한 가이던스(2023년 앨범 판매량 1800만장)도 IP 수익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고 짚었다.김 연구원은 "라이크기획 수수료 제거, SM USA 등 비핵심 자산 매각, 드림메이커 지분율 정상화 등 거버넌스 개선에 따른 이익 전망치 상향과 IP 매출에 대한 상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자사 전망치는 이 중 상당부분을 이미 포함하고 있어 이익 상향폭이 크지 않지만 지나치게 낮은 컨센서스의 상향 조정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SMBM 지분 구조 정상화에 따른 MD 매출 비중의 확대와 △투어 수익성의 개선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제작된 음악의 흥행 여부 등은 향후 증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 중 MD 매출 전략의 변화는 2~3월 중 공개될 예정이고 투어의 수익성은 최근 발표된 에스파의 서울투어에서 티켓값 인상이 확인된 만큼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