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서윤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 팀장

“올해 실적 전망 아직 바닥 아니지만…내년엔 분명 좋아진다”
“2차전지 업종, 2025년까진 주도주 지위 유지할 것”
[마켓PRO] "증시 2~3월에 저점 형성 후 상승세 탈 것…스마트폰 업종 주목"
“올해 시장에 대한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은 그대로입니다. 2200~2800 밴드 안에서 2~3월께 저점을 형성한 뒤 재차 상승할 걸로 봐요. 기존 전략을 수정하기보다 기존 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서윤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 팀장은 연초 반등장이 펼쳐진 뒤 기대 이상의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완화돼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뀐 배경과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지난달 반등장이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1월 운용 성과는 어떤가요?
“반등세이 강했던 1월 운용 성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작년 내낸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던 반도체 업종과 연말에 조정폭이 컸던 2차전지 업종의 반등이 두드러진 가운데, 관련 성장주에 대한 비중을 높여 대응했던 부분이 펀드 성과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최근 증권가에선 작년 말에 제시한 ‘상저하고’ 전망에 대한 수정에 나섰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어떤가요?
“증권가의 시장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미국 증시에 온기가 퍼지는 상황이죠. 작년 내내 조정이 이어졌던 미국 빅테크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이 강하게 나오는 흐름이 국내 증시에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망이나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변곡점을 꼽아주신다면요?
“시장에서 기대했던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 단기 변곡 요인입니다. 이전까지 시장은 ‘나빠야 좋다(Bad is good)’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경제 지표가 기대를 밑돌아 경기침체가 우려되면 Fed의 피벗을 앞당겨진다는 기대가 이어져 증시가 반등한 거죠. 이런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된 건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려 경제 지표에 대해 ‘좋은 게 좋다(Good is Good)’는 태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이슈인 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작년에 겪었던 각종 거시경제(매크로) 측면의 불확실성을 다시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데,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 이후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적 바닥을 통과했다’는 논리가 붙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빅테크 업종 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상당히 강한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닥을 통과했다는 논리보다는 불확실했던 올해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진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주식시장을 관통했던 논리는 ‘2023년의 실적 불확실성’이었고, 이로 인해 연중 내내 부진한 주가 흐름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실적 눈높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의 실적 추정치는 더욱 낮아질 개연성이 높으나 관련 우려는 충분히 가격에 반영된 상황이라 판단합니다."

-실적 추정치가 앞으로도 더 낮아진다고요?
“SK하이닉스를 예로 들면 시장에선 올해 영업손실 규모로 5조~6조원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 추정으로는 영업손실 규모가 10조원 이상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하향될 실적 추정치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부분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12개월 포워드 지표가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12개월 포워드 지표는 지금 이 시점부터 향후 12개월 동안의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계산됩니다. 이제 2월이니까 올해 1월달 실적은 빠지고 내년 1월 실적이 계산에 포함된 거죠. 국내 증시에서 이익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업종의 업황이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에는 반등할 전망이기에, 포워드 지표가 계속 개선된다는 겁니다.”

-그럼 주식 투자에 나서도 괜찮은 시점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어떤 업종에 주목해보면 좋을까요?
“정보기술(IT) 안의 스마트폰 업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가장 피해가 컸죠. 미국과 유럽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섹터의 회복은 더딘 상황입니다. 스마트폰의 수요 중 절대적 비중이 큰 중국이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한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점진적으로 리오프닝을 추진하고 있죠. 소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나오고요.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강한 수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수요 눌림목 해소는 관련 업종 주가에도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겁니다.”

-작년에 가장 강했던 2차전지 업종은 어떻습니까?
“주도주로서의 힘을 유지할 걸로 봅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비롯한 과거 주도주의 경우 최대 1년 반정도 주도력을 유지했지만, 2차전지는 이미 2년을 끌어왔죠. 그런데도 최근 포스코케미칼이 40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맺는 등 커지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워낙 강국이기도 하고, 작년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고요. 2025~2026년까지 실적 성장이 나타날 때마가 주가도 레벨업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들어 부상한 로봇·AI 테마는요?
”주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특정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했다는 공시로 촉발된 관련 흐름은 상당히 강했지만, AI·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으로 보여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해당 분야가 다가올 미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 흐름상 기업의 펀더멘털을 반양하지 않고 선제적인 기대감만으로 주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