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챗GPT, 로봇 등 신기술 테마가 증시를 달구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까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시기인 만큼 IT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챗GPT·로봇이 효자"…IT펀드에 1조 몰렸다

테마형 중 순유입 1위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IT펀드(4차 산업혁명펀드 포함)에 9356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요 테마형 펀드 가운데 순유입액 1위다. 코스닥벤처(-3005억원), 가치주(-1092억원), 인컴(-1656억원) 등의 테마에서 돈이 빠진 것과 대비된다.

IT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3.4%였다. 같은 기간 10.9% 오른 코스피지수를 제쳤다. 레버리지 펀드를 제외하고 40여 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IT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저출산, 저성장 등의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화제를 몰고 오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화형 인공지능(AI)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AI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고성능 AI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주가가 44% 급등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미국·중국 IT펀드 ‘인기’

투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곳은 미국과 중국 IT펀드였다.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와 ‘TIGER 차이나항셍테크’에 최근 1년 동안 각각 4650억원, 1830억원이 순유입됐다. 공모펀드 중에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1000억원)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왔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는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올해 수익률 23.9%),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22.1%), ‘KBSTAR IT플러스’(18.1%) 등이 꼽혔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는 국내와 해외 반도체 기업에 2 대 8 비중으로 투자하는 ETF다.

신규 상장 ETF 중에서는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는 작년 10월 상장 이후 대부분의 수익률 구간에서 코스피를 제쳤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8%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인건비 상승에 대한 돌파구로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한국 등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들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