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에 ‘공격’받은 한국 기업이 3년 새 여섯 배 급증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손잡고 최대주주의 이사회 영향력을 무력화하는 등 전례 없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속출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5일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인 한국 기업은 지난해 47곳이었다. 미국(511곳), 일본(107곳), 호주(61곳), 캐나다(53곳)에 이어 세계 5위다.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곳, 2020년 1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곳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47곳으로 급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이 조만간 호주와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양적·질적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상의 캠페인에 이어 7대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50%로 높이라는 주주제안을 벌이고 있다. 신생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FCP)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을 KT&G 사외이사에 앉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최대 의결권 대행 자문기구인 조지슨은 한국 진출 검토에 나섰다. 2015년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벌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자문을 맡은 회사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행동주의펀드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행동주의펀드 대표를 물밑에서 만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올해는 한국 기업 주가가 싸져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배당 등이 미흡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 시도가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