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수익률이 나쁜 테마 중 하나였던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선보인 가상현실(VR) 기기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면서 기술주 반등 기대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미운오리' 였던 메타버스…"올해는 다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메타버스 ETF 대부분은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KBSTAR iSelect 메타버스’가 14.4%, ‘TIGER Fn메타버스’ 13.2%,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와 ‘HANARO Fn K-메타버스’가 10.4% 수익률을 보였다. 이 상품은 하이브, 카카오, 네이버, LG이노텍, 에스엠, CJ ENM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

메타, 소니,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AMD 등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 역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가 18.5%, ‘KBSTAR 글로벌메타버스Moorgate’가 12.7% 뛰었다.

중국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11.3%), 한국과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에 동시 투자하는 ‘SOL 한국형글로벌플랫폼&메타버스액티브’(16.9%)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ETF들은 지난해 평균 하락률이 44%에 달했다. ‘기대만 있지 실체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폭락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열린 CES가 메타버스 관련주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향후 시장을 주도할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꼽았다. CTA 측은 “MS와 엔비디아 등 초대형 기술기업들이 이미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CES에서 일본의 소니·파나소닉, 중국의 TCL, 대만 HTC, 미국 OVR테크놀로지 등이 내놓은 새로운 VR 기기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애플은 올해 첫 MR(혼합현실) 기기를 출시할 계획을 밝히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김찬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CES에서 다양한 AR·VR 기기가 공개되는 등 메타버스 시장이 개화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은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 속도가 줄거나 금리가 인하되면 성장주인 메타버스 종목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