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꼭 사라더니…" 한 달 만에 돌변한 증권사 리포트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거세진 '외풍'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KT는 3일 증시 개장 직후 5.19% 급락해 3만2900원까지 밀렸다. 이후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1.15% 내린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KT의 경영 불안에 대한 걱정이 엄습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KT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하나증권 입장이 사흘 전까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달 KT 매수를 강력하게 권하는 보고서를 다섯 차례 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해 '2기 체제'에 들어가면 배당 정책이 유지되고 지배구조 개편도 속도를 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드시 2월 전 매수해야 한다"(1월 10일) "2월이면 늦다"(19일) "2월에는 호재가 연발한다"(31일) 등의 표현이 담겼다. 하지만 이날 하나증권은 KT에 대한 '컨빅션 바이'(매수 적극 추천) 투자의견을 철회하고, 통신주 톱픽(최선호 종목)을 로 교체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갑자기 의견을 바꾼 이유는 3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연임이 확정돼도 경영 불안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8일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곧바로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9.9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지난 2일 KT와 포스코 등을 콕 집어 'CEO 셀프 연임'을 맹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사라"에서 "팔라"로 돌변한 보고서가 투자자에게 혼란만 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T CEO를 둘러싼 외풍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CEO가 교체되더라도 KT 장기 실적 전망과 배당 추정치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