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나란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 증시 급락, 부동산시장 침체 등 대외 악재로 대다수 증권사 실적이 많게는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세를 나타냈다. 메리츠화재도 매출 성장 및 비용 효율화 전략에 성공을 거두면서 호실적을 냈다.

메리츠증권·화재,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입성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당기순이익은 8280억원으로 5.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작년 메리츠증권 영업이익 규모는 증권업계 1위가 확실시된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이 8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1%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5786억원으로 55.8% 줄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국투자증권도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5050억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메리츠증권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은 트레이딩 부문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한 것이 영업이익 증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으로 보유 채권 만기(듀레이션)를 축소하고 국채선물 매도 등을 통해 헤지(위험 회피)에 나서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와 선별 투자를 통해 양호한 성과도 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할 당시 영업이익 322억원의 중소형사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건설회사가 문전박대당하는 시기에 ‘미담확약(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라는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건물 준공 이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가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미분양이 생기지 않으면 대출이 실행되지 않고 보증 금액의 3%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9년까지 주식 시장 침체로 증권업계가 고전하는 동안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시장 호황을 타고 돈을 쓸어 담았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자기자본 대비 110%에 달할 정도로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수익보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PF 대출 중 선순위 비율이 95%에 달한다”고 말했다.

매출 다변화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리테일시장 사업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위탁매매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영업이익이 1조1607억원으로 27.9% 증가했다. 순이익은 8548억원으로 29.4%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화재 순이익은 증권사 평균 전망치(9058억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