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다. 반도체 및 인터넷주 등이 크게 상승했다. 증권가는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다만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하향 조정 등의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파월의 입에 환호한 증시
2일 코스피지수는 0.78% 상승한 2468.8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82% 오른 764.62에 거래를 마감했다. 1일(현지시간) 미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50~4.7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모습 없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진행 중”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물가 둔화’를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은 ‘3월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에 환호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원 내린 1220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554억원, 205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속도 등을 고려하면 미 Fed의 금리 인상은 3월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Fed의 추가 금리 인상에도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3월 금리 인상 종료’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반도체주가 눈에 띄는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75%, 2.19%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4% 가까이 강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살아나면서 네이버(2.92%)와 카카오(3.70%) 주가도 뛰었다.
“약세장 종료…증시 저점 높일 것”
증권가에선 향후 증시가 저점을 높이며 작년과 같은 약세장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이르면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인플레발 약세장’은 이미 끝난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당분간 위험 관리를 병행하면서 저점을 높이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증시가 지난달 급등세를 탄 만큼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바닥을 찍었더라도 상승 강도가 더 세지려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금리 인상폭을 낮췄다. Fed는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못박았지만 시장은 속도조절론에 환호했다. 파월 "디스인플레 시작" 언급에 시장은 통화완화 무게Fed, 기준금리 0.25%P 인상 '속도조절'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4.25~4.50%에서 연 4.50~4.75%가 됐다. 연 3.5%인 한국 기준금리보다 1.0~1.25%포인트 높아졌다.Fed는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지난해 3월부터 이날까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0.75%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0.50%포인트로 인상폭을 줄인 뒤 이번에 ‘베이비스텝’으로 재차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Fed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연내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기존과 비슷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상품을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는데 다행히 노동시장이 악화하지 않고 글로벌 경기도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고 물가를 되돌리는 연착륙을 기본 사항으로 본다”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시각을 드러냈다.달라진 파월 의장의 발언에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S&P500지수는 1.05%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2.0% 급등했다. 다우지수도 막판에 상승 전환하면서 0.02% 올랐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0.78% 상승한 2468.88, 코스닥지수는 1.82% 오른 764.6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1원 내린 1220원30전으로 장을 마쳤다.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7일(1219원50전) 후 가장 낮다. 전기·가스·수도 28% 급등 … 당분간 5%대 고물가 불가피1월 소비자물가 5.2% 상승 '고공행진'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2% 상승했다. 3개월 만에 상승폭이 커졌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공공요금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5.7% 이후 11월 5.0%, 12월 5.0%로 둔화했지만 올해 1월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물가 상승률은 9개월 연속 5%를 웃돌았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1998년 11월 이후 25년 만의 최장기 고물가다.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한 상황에서 한국 물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때문이다. 올 1월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3%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지난달 상승률(5.2%) 중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0.94%포인트다. 지난해 물가 고공행진을 이끈 석유류(0.23%포인트)와 가공식품(0.89%포인트)보다 더 크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전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것은 거의 전기료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당분간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료와 가스비 등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지하철 요금을 비롯한 다른 공공요금도 줄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2009년 2월(5.2%) 후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한국은행도 이날 2월 소비자물가가 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을 물가에 미칠 주요 변수로 꼽았다.기획재정부는 적어도 올 1분기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조미현/도병욱 기자 surisuri@hankyung.com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6개월 만에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공식석상에서 처음 ‘물가 둔화’를 언급하고 시장과 Fed의 의견 차이도 용인했다. 올 들어 Fed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기대하며 증시가 급등한 이른바 ‘1월 랠리’도 문제 삼지 않았다.지난해 8월 잭슨홀 회의 때부터 줄곧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면모를 보인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비스 물가 상승과 노동시장 과열이 해결되지 않으면 파월 의장이 언제든 매파로 돌아설 수 있다고 관측한다. 비둘기파 발언 쏟아낸 파월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나기 전만 해도 시장 예상은 한결같았다. 회의 결과를 담은 성명서는 비둘기파에 가까울 것으로 봤다. 반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매파 일색일 것으로 전망했다.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성명서엔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의 인상을 시사했다. 성명서가 나온 이날 오후 2시부터 뉴욕증시의 하락폭은 커졌다.증시를 살린 건 파월 의장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물가상승률 둔화(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디스인플레이션 과정(disinflationary process)’이라는 표현을 포함해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13회나 언급했다.파월 의장은 앞서나가는 시장의 움직임도 받아들였다. 그는 ‘최근 주가 상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Fed는 단기적 움직임보다 광범위한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Fed와 시장의 인식 격차에 대해선 “시장과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다르게 예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파월의 이런 발언에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2.0%, S&P500지수는 1.05% 올랐다. 채권 가격도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82%포인트 떨어진 연 4.129%에 거래됐다. 기준금리(연 4.50~4.75%)보다 0.35%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핵심 변수 된 서비스 물가파월 의장은 매파적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두 차례 이상(a couple more)’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고 최종 금리 수준은 현재 전망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 “현재로선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연내 금리를 인하한다는 건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이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은 엇갈렸다. ING는 “실질 기준금리가 근원인플레이션율보다 높아져 Fed는 3월에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파월 의장이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힌 만큼 Fed는 3월과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연 5.0~5.25%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 경로는 서비스 물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근원인플레이션의 56%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서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3월과 5월 사이에 나오는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신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
증권형 토큰 공개(STO) 관련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STO의 잠재력은 크지만, 거대 시장으로 자리잡으려면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2일 핀테크업체 갤럭시아머니트리 주가는 11.11% 급등한 7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회사는 STO 사업을 하는 블록체인업체 갤럭시아넥스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금융당국이 STO 허용 방침을 밝힌 지난달 중순 이후 60% 이상 급등했다.케이옥션(8.48%)과 서울옥션(5.84%)도 이날 주가가 훌쩍 뛰었다. 조각투자를 접목할 수 있는 예술품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인 점이 부각되면서다. 우리기술투자(4.19%)와 비덴트(5.27%)도 상승했다. 두 회사는 각각 업비트와 빗썸 지분을 갖고 있어 ‘가상자산 테마주’로 분류된다.증권형 토큰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잘게 나눠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가상자산의 일종이다. ‘뮤직카우’ ‘카사’ 같은 조각투자가 증권형 토큰을 활용한 대표적 서비스다. 금융당국이 최근 조각투자를 허용하면서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 등 모든 자산을 쪼개 거래할 수 있게 됐다.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STO는 리츠(REITs)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새로운 영역의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증권사들도 STO를 주목하고 있다. 토큰의 발행·상장을 도와주고 개인 투자자들이 사고팔게 하면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어서다. 다만 STO로 열릴 신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몇몇 기업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일 ST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