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 레인보우로보틱스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94만주를 취득했다. 신주 발행가는 3만400원으로 59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로봇 사업화 전담팀(TF)을 상설 조직인 로봇 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선 로봇 테마를 추천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2차전지 섹터가 오른 것처럼 로봇 테마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봤다. 올 들어 로봇 테마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실적 등 호재성 재료가 충분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마켓이슈 POLL에 참여한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3'에서 로봇 테마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는데, 국내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2차전지 등 다른 신성장 산업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테마에서 실적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로봇 테마를 꼽은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레인보우로보틱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로봇 테마보단 메타버스 섹터가 더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 관련주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향후 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 더군다나 작년 메타버스 테마가 한차례 조정을 받음에 따라 저가 매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의 확장현실(XR) 기기 출시를 기점으로 메타버스 테마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XR기기를 상반기 내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첫 아이폰 출시 때처럼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화가 인터넷 기간 산업의 생태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
올해 대세 테마로 메타버스 섹터를 꼽은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메타버스 테마가 뜨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수혜를 볼 메타버스 업종은 명료한데, 바로 콘텐츠 업종"이라며 "메타버스 테마의 경우 로봇 섹터보다 수혜 종목을 찾기도 쉽고, 애플 XR기기 출시 등 호재성 재료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 테마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테마 대표 수혜주로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지난해 4분기 매출 감소에도 주가가 급등했다. 강한 비용 절감 의지와 자사주 매입 발표가 강력한 호재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은 효율성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경쟁 심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데다 1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 돌파메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321억6500만달러(약 39조원)를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3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은 46억52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5%가량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166억달러로 1년 전보다 1% 줄었다. 2012년 상장 이후 첫 역성장이다.시장은 4분기 매출이 예상(리피니티브 집계 기준 315억3000만달러)보다 높았다는 점에 크게 반응했다. 메타 주가는 이날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20% 급등했다. 틱톡과의 경쟁 심화, 애플의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에 따른 맞춤형 광고 타격에도 선방했다는 분석이다.페이스북은 작년 4분기 일일활성사용자(DAU) 수가 처음으로 20억 명을 돌파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1년 전보다 7000만 명 넘게 늘어났다. 저커버그 CEO는 “사용자들이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디스커버리 엔진’과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릴스가 사용자를 늘린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효율성의 해”무엇보다 저커버그 CEO가 비용 감축 의지를 강조한 것이 호재였다. 그간 투자자들은 메타가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메타버스 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메타는 올해 전체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을 기존 전망(940억~1000억달러)보다 줄어든 890억~950억달러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등 설비투자도 축소한다고 했다.저커버그는 이날 성명에서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며 “보다 강력하고 민첩한 조직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메타는 1분기 예상 매출을 최대 285억달러로 제시했다. 리피니티브가 조사한 시장 전망치(271억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메타는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내놨다.다만 메타가 주력하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은 여전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는 2021년 말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사명을 기존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하지만 이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137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21억6000만달러)의 6배가 넘는 손해를 본 것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의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리얼리티랩스 매출은 전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인공지능(AI), 로봇, 거버넌스 개선, K-드라마, 국민의힘 전당대회 ….연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주들이다. 대부분 엉덩이가 가벼운 중소형주들이어서, 주가 등락폭이 크고 주기가 짧은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등이 수급 쏠림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7% 뛰었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43억원으로 코스닥 26위다. 씨젠과 위메이드보다 덩치가 커진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시총 순위가 92위(5782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66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의 고속 질주는 국민주 삼성전자의 투자가 이끌었다. 올 1월 3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589억8208만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점찍은 첫 로봇기업'이란 수식어가 생기면서, 이후로 회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로봇주가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면서, 이 기간 휴림로봇(64.14%), 유진로봇(50.26%), 로보티즈(42.22%), 에브리봇(17.97%) 등도 크게 뛰었다.AI 챗봇인 '챗GPT'의 인기로 관련주도 새해 주요 테마로 급부상했다. 작년 말 출시된 챗GPT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규모 글을 학습해 사람이 쓴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수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 개발사인 비영리법인 오픈AI(OpenAI)에 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진 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행정안전부 등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던 자리에서 챗GPT를 극찬했다는 게 전해지면서 유명세가 더해졌다. 올 들어 코난테크놀로지(275.93%), 비플라이소프트(100.89%), 솔트룩스(73.9%), 마인즈랩(56.32%), 이수페타시스(31.62%) 등이 챗GPT 관련주로 꼽히면서 초고속 상승세를 보였다.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기대감을 등에 업은 '거버넌스 관련주'도 올들어 부각되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국내 은행주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주친화정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신한지주(20.6%), KB금융(18.35%), 한국금융지주(16.7%) 등이 올들어 급등했다. 임플란트 대장주인 오스템임플란트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를 비롯해,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지분 매집 소식에 34.97% 강세를 나타냈다.정치 테마주도 뺄 수 없다. 오는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당권 경쟁에 나선 안철수 의원이 잇단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을 때마다 관련 테마주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 위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안기업 안랩의 주가는 올해에만 45.28% 뛰었다.테마주들은 폭등세를 연출하다가도 가격 부담이 생기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 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 이렇게 변동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은 테마주들 가운데서도 주도주로 확대될 수 있는 종목들을 선별해 가며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 불황기를 제외하면 본래 1월은 그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산발적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작년 낙폭이 과대했던 기술주와 성장주에 테마주가 몰려있다"며 "장기 강세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방망이를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탁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실 이사는 "보통 수급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이 지지하면 테마주, 기관이 지지하면 주도주라 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테마주들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고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런 가운데에서도 줃주와의 교집합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관들의 수급이 들어오고 있고 실적 등 숫자로 연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는 종목들을 위주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농기계 제조업체 대동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손잡고 로봇 사업 진출을 위한 핵심 기술 연구와 상품 개발을 목표로 ‘㈜대동-KIRO 로보틱스센터’를 공동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대동은 스마트 농기계·팜·모빌리티의 3대 미래 사업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농업 분야 로봇 사업 등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 서초동 대동 서울사무소에 로보틱스센터를 설치하고 지난 31일 개소식을 열었다.대동은 KIRO와 2025년까지 농작물 자율 운반을 위한 추종 로봇, 농작물 전주기에 활용 가능한 전동형 로봇 관리기, 실내용 배송 로봇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대동은 농기계 및 모빌리티 등의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의 플랫폼 하드웨어와 주행제어 연구를 맡는다. KIRO는 로봇 자율주행 등 요소 기술의 소프트웨어를 전담할 예정이다.원유현 대동 대표이사는 “로보틱스센터는 대동의 로봇 사업 진출의 시작 점이며 로봇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