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와 치열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동부 전선은 광활한 평원이 많아 기동력이 우수한 러시아의 T-72, T-80, T-90 탱크가 우크라이나군 전력을 압도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이 각각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M1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만큼 판세가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전차의 전략적 가치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층 부각되면서 유럽 각국의 전차 도입도 빨라지고 있다. 덩달아 한국의 K2 전차의 수출 계약도 줄줄이 체결되고 있다. K2 전차 엔진을 공급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최근 석 달 새 5000억원에 육박하는 계약을 맺었다.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일 튀르키예의 방산업체 베메제(BMC)와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총 3131억원이다. 엔진은 두 차례에 나눠 공급된다. 1차 물량 1102억원어치는 2023~2025년, 2차 물량 2029억원어치는 2028~2030년에 납품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전차 엔진을 단독으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회사가 납품하는 엔진은 튀르키예 알타이전차에 탑재된다. 알타이전차는 현대로템의 K2 전차의 설계 기술을 이전해 개발된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전차다.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에도 현대로템과 폴란드 수출용 K2 전차에 탑재될 1800억원 규모의 전차용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석 달 새 두 차례 계약을 통해 총 4931억원어치 기대 매출을 올린 것이다.이 회사의 K2전차 매출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미국과 독일의 전자 지원을 계기로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공급하는 방안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 같은 전력 공백을 K2 등이 채워나가면서 수출 계약이 이어질 전망이다. K2 전차 엔진을 공급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공급계약도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KB증권은 31일 현대로템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높였다.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목표주가도 2만7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향했다.이 증권사 정동익 연구원은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K2전차 공급계약 중 1차 물량이 지난달 인도됐다"며 "4분기 실적에 반영된 규모는 포탄, 예비부품 등 각종 군수지원을 포함해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중으로 현대로템이 생산할 전차 320대와 폴란드 현지생산분 500대 등 총 820대 규모의 2차 공급 계약도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 연구원은 노르웨이 수출 성사 여부와 K2전차의 수익성이 향후 현대로템의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봤다. 그는 "노르웨이 수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중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수주에 성공하면 폴란드에 이어 주가에 추가적인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선 전차의 수익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지난해 7.8%였던 방산 부문 영업이익률이 내년 10.8%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현대로템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4% 증가한 607억원을 기록했다. 정 연구원은 "매출은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지만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웃돌았다"며 "수익성이 높은 방산 부문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이 영업이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비철금속 업체 풍산이 최근 한 달 새 5700억원어치의 포탄 공급계약을 맺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155㎜ 포탄과 전차 포탄 재고량이 뚝 떨어진 영향이다.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달 20일부터 최근까지 방위사업청(1167억원), 현대로템(293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647억원) 등과 총 5748억원어치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의 한 달 공급 계약액이 2020~2021년 누적분(5494억원)을 웃돌았다.풍산은 5.56㎜ 소총 탄알부터 155㎜ 곡사포탄, 대공포탄, 박격포탄, 전차포탄, 함포탄 등 한국군이 사용하는 모든 탄약을 제조 납품하고 있다. 회사 측은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 공급 제품과 수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물량을 155㎜ 포탄으로 파악하고 있다.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에는 155㎜ 자주포용 포탄, K2흑표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에는 120㎜ 전차용 포탄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공급 계약액이 늘어난 배경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K9자주포 등의 무기 124억달러(약 15조6800억원)어치를 공급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 덕분에 K2 등에 들어가는 포탄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풍산 방산 부문의 기업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2436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