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 상반기 내내 칩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6년 만의 최저인 140억42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6%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에서도 월가의 전망과 달리 11억3200만달러의 영업손실과 6억61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텔의 1분기 실적 전망도 비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1분기 매출 105억~115억달러, 주당순손실 15센트를 제시했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매출 139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4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인텔이 끔찍한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적 공개 후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9.7% 급락했다.
인텔의 실적 쇼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유례없는 공급 과잉’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칩 제조·유통·고객사 모두에 적정 수준을 웃도는 20주치가량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재고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D램,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을 줄여 재고를 축소하고 칩 가격 하락세를 멈추게 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엔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조(兆)단위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효율 공조 솔루션으로 북미 공조시장 공략에 나섰다. 두 회사는 6~8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 참가해 고효율 공조 솔루션을 전시했다고 6일 발표했다.삼성전자는 330㎡ 규모, LG전자는 630㎡ 규모의 전시 부스를 꾸렸다. 각각 상업용 공조 신규 솔루션과 시스템에어컨 신제품, 벽걸이형·카세트형(천장형 실내기) 무풍에어컨 등을 선보였다.삼성전자가 전시한 대표 제품은 시스템에어컨인 DVM의 실외기에 연결하면 냉·난방뿐 아니라 최대 80도 온수 공급까지 가능한 ‘DVM 하이드로 유닛’이다. 냉·난방에 사용하는 냉매를 이용해 온수를 만들기 때문에 효율적이다.삼성전자는 냉·난방 성능과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고효율 시스템에어컨 ‘DVM S2 맥스 히트’도 소개했다. 영하 25도의 극한에서도 난방 성능을 100% 구현한다.LG전자는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신제품 ‘멀티브이 아이’를 전시했다. 이 제품은 고성능 AI 엔진을 통해 한 공간에 있는 실내기 여러 대를 각각 자동 제어해 전체 공간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해준다. 상업용 환기시스템에 제습, 냉각, 가열 기능을 더한 실외 공기 전담 공조시스템도 선보였다. LG전자는 부품솔루션 전시관에서 친환경 냉매를 적용한 콤프레서도 소개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챗GPT, 로봇 등 신기술 테마가 증시를 달구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까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시기인 만큼 IT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테마형 중 순유입 1위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IT펀드(4차 산업혁명펀드 포함)에 9356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요 테마형 펀드 가운데 순유입액 1위다. 코스닥벤처(-3005억원), 가치주(-1092억원), 인컴(-1656억원) 등의 테마에서 돈이 빠진 것과 대비된다.IT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3.4%였다. 같은 기간 10.9% 오른 코스피지수를 제쳤다. 레버리지 펀드를 제외하고 40여 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IT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저출산, 저성장 등의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가 화제를 몰고 오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화형 인공지능(AI)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AI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고성능 AI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주가가 44% 급등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미국·중국 IT펀드 ‘인기’투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곳은 미국과 중국 IT펀드였다.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와 ‘TIGER 차이나항셍테크’에 최근 1년 동안 각각 4650억원, 1830억원이 순유입됐다. 공모펀드 중에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1000억원)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왔다.수익률이 높은 펀드로는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올해 수익률 23.9%),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22.1%), ‘KBSTAR IT플러스’(18.1%) 등이 꼽혔다.‘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투자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는 국내와 해외 반도체 기업에 2 대 8 비중으로 투자하는 ETF다.신규 상장 ETF 중에서는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는 작년 10월 상장 이후 대부분의 수익률 구간에서 코스피를 제쳤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8%에 달한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인건비 상승에 대한 돌파구로 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한국 등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들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전자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선 것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4년 뒤 17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로봇을 출시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EX1은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제품이다. 보행과 효율적인 운동을 도울 수 있는 신체보조 로봇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GEMS 힙’을 발전시킨 형태일 것이란 예상이다. 당시엔 출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첫 로봇 출시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서비스 로봇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본 것”이라며 “인구 고령화로 서비스 로봇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TV·생활가전 중심의 1라운드, 스마트폰으로 맞붙은 2라운드에 이어 또 하나의 격전지가 형성될 전망이다.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은 LG전자다. 이 회사는 2017년 공항에서 길을 안내하는 ‘클로이 가이드봇’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7종의 클로이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초기 서비스 로봇이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병원이나 도서관, 물류창고 등에서 활약하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이다. 식당에서 단순·반복 조리를 맡는 조리 로봇, 물건을 옮겨주는 배송·서빙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두 회사의 공략 지점은 다르지만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른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협동 로봇 전문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약 10.3%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 로봇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인공지능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협업을 시작했다.업계에선 갈수록 커지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두 회사의 ‘발전적 경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1년 352억4000만달러(약 44조원)에서 2027년 1409억4000만달러(약 17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어느 쪽이 먼저 대중화를 이끄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 로봇은 대당 수천만원대다. 1000만원 선에서 시작해 기능을 추가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 가격대로 출시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