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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마켓PRO]"외국인, 올해 내내 韓주식 살 수도"…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연초 이후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 1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를 기록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밖에 없을 정도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외국인 증시 베팅이 어느정도 이어질 것인지, 이어진다면 어떤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올해 내내 외국인 수급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중소형주 보다는 대형주 투자가 낫다는 의견이다. 한경 마켓PRO가 외국인 수급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을 블라인드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봤다.

中부양 기대감 누리는 韓…외국인에겐 대안이 없다

지난 2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총 6조830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1월 일별 순매수 기록을 보면 외국인들은 지난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코스피시장에서 매일 빠짐없이 주식을 샀다.

외국인 귀환의 가장 첫번째 이유로는 중국 경제 부양 기대감이 있다. 시장에선 코로나19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회복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 상당부분 연동돼 있다. 또 투자자들이 중국과 한국을 같은 '신흥시장'으로 묶어서 보기도 한다. 때문에 중국 시장이 상승하면 한국 시장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마켓PRO]"외국인, 올해 내내 韓주식 살 수도"…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서 10년 이상 일한 A씨는 중국이 올 초 60년 만에 인구 감소를 인정한 것이 중요하다고 짚는다. A씨는 "중국 공식통계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건 중국이 더 이상 '인구 보너스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중국이 단기적으로 인구 감소를 극복할 만한 훨씬 강한 부양책을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에 눈을 돌리면 딱히 중국 외 대안이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지속되고 있어 부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수익을 보려면 선진시장보단 신흥시장이 더 낫단 얘기다.

반도체 투심 급개선에 다른 대형주 수혜 가능성도

두번째 이유론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다. 실제로 연초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만 2조5373억원, SK하이닉스만 6213억원어치 샀다. 코스피시장 매수의 약 절반이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됐단 소리다.
[마켓PRO]"외국인, 올해 내내 韓주식 살 수도"…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펀드매니저 B씨는 "모건스탠리가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탑픽'으로 고르는 등 연초 이후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됐다"며 "업황이 당분간 좋지 않더라도 지금 사두면 머지 않아 오른다는 심리가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이 모이면 한국 시장 전반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반도체 주식을 따라잡는 게 부담스럽다면 외국인 수급이 비어있는 종목을 노려볼 법 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C씨는 "반도체가 좋을 땐 한국시장에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들어온다"며 "외국인 패시브 자금 수혜를 받을 만한 대형주 중에 외국인 수급이 비어있는 종목을 노려볼 만 하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올해 내내 유입될 수도"
세계국채지수 편입 호재로 보는 시각도

그렇다면 언제까지 외국인 수급 유입이 이어질까. 시장에선 적어도 올 상반기, 길면 올해 내내 지속적인 유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위의 이유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워낙 그동안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판 주식만 총 56조8292억원어치다. A씨는 "그동안 워낙 팔았었기 때문에 다시 채우려면 꽤 큰 규모로 사야한다"며 "올해 내내 외국인 수급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켓PRO]"외국인, 올해 내내 韓주식 살 수도"…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일각에선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하는 것을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이르면 3월, 늦어도 9월까지는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수 있게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면서 직접 세계 최대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그룹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WGBI 편입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WGBI에 편입되면 매달 4조원씩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등 총 60조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조건은 갖춘 만큼 9월 편입이 유력하다고 본다. C씨는 "한국에 외국인 자금이 크게 유입되면 그만큼 원화가 강세를 띈다"며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선 원화강세일 때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 증시 투자 유인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C씨는 이 경우에도 패시브 자금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형주가 유망하다고 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