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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펀더멘탈 뒷받침 '중요'…매수보단 옥석 가리기 필요할 때
중국 본토 투자…상반기 리오프닝주, 장기적으론 고부가가치주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이미 국내 증시(관련 수혜주)에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추가 상승하더라도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주가가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죠. 지금은 중국 리오프닝 테마를 사는 것보단 관련주들의 실적을 살펴야 할 때입니다. 실적을 확인한 이후 종목을 매수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펀더멘탈이 뒷받침되는 상승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투자와 관련해서 지금은 옥석 가리기가 필요할 때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들의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선 기업들의 실적 추이를, 중국 본토 투자의 경우 2차전지, 플랫폼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은 리오프닝으로 중국 내 경제활동이 빠르면 오는 2분기부터 본격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그동안 억눌려 있던 중국 가계의 저축분이 위드 코로나(일상 회복)와 함께 보복 소비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상황. 이에 발맞춰 투자자들도 중국 본토 투자나 관련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일각에선 중국의 리오프닝이 자칫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경 마켓PRO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투자법에 대해 살펴봤다.

▷최근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가 둔화되고 있는데,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있나요?

"일단 중국 경기는 바닥에서 회복하는 구간입니다. 통상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경기 부양이 아닌, 리오프닝입니다. 소비가 회복하는 것이지, 추가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중국 리오프닝에도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더 심하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 내 소비가 갑작스럽게 늘어남에 따라 물가가 오를 순 있겠으나 하반기 예상 물가상승률은 2%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중국 물가는 정부 목표 수준(3%) 안에 해당하죠. 통제 범위 내에서 물가가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중국 가계의 저축분이 위드코로나 정책이 실시되면서 보복 소비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의 가계는 사상 최대치(800조원)의 초과저축을 쌓았습니다. 근데 자금들을 잘 살펴보면 용도가 다릅니다. 초과저축분 중 어느 정도는 소비로 나오겠으나 절반가량은 부동산 대기 자금이라고 봅니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매매 자금을 저축으로 돌린 것이죠. 더군다나 채권 등 투자 자금이 시장 침체로 인해 예금에 몰리기도 했죠. 리오프닝과 함께 보복 소비가 이어지긴 하겠으나 800조원가량이 다 시장에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리오프닝과 함께 소비심리가 개선될까요?

"현재 중국은 시중에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중국인들이 돈을 안 쓰려는 심리가 소비를 멈추게 한 것이죠. 정부도 이에 맞춰 여러 규제를 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 규제 완화가 있죠. 공연 등 엔터 사업을 비롯해 게임 신규 판호 발급 등이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라고 봅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국내 증시에 반영됐는지 궁금합니다. 관련주들의 현 주가는 매력적인가요?

"지금은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를 살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죠. 작년 11월부터 관련주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중국 관련주들도 저점 대비 30% 이상씩 오른 것으로 판단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느냐'인데, 실적이 찍히는 종목을 중심으로 다시 주가가 우상향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나마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업종은 항공·면세·카지노 등이라고 봅니다. 이들 업종의 경우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로 현재 주춤한 상황이죠. 카지노의 경우 롯데관광개발,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등의 종목이 있습니다. 만약 중국발 입국자 방역 조치가 완화될 경우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실적도 예상보다 더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들 종목이 지금 오르다가 멈춘 이유는 방역 강화 등의 변수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금 마카오를 가보면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카지노 산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 본토 투자는 어떻게 보나요?

"우선 상반기까진 중국 최대 여행 관련 기업인 트립닷컴(홍콩과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비롯해 호텔, 항공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단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괜찮다는 입장이지,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중국 본토 내 고부가가치 관련주를 추천합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아이디(BYD)를 비롯해 플랫폼 기업인 텐센트, 핀둬둬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중국 정부의 투자가 예상되면서죠. 중국 대표 플랫폼주인 알리바바는 정부 규제와 함께 점유율마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최선호주로 추천하질 않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구이저우마오타이(귀주모택)의 경우 시진핑 정부 들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반부패 정책 시행으로 중국 백주 소비량이 줄어든 데다가 백주산업 주력 소비층이 공무원들이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소비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시진핑 정권 제3기의 출범을 앞두고 귀주모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죠."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 올해 어떻게 전망하나요?

"미국과 중국 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로 갈 것으로 봅니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스위스 취리히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난 것도 그렇고, 다음 달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도 예정돼 있습니다.

올해보단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계기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죠. 올해 연말 미·중 관계에서 잡음이 들릴 수 있으나 당장 큰 마찰이 생길만한 정치적 이벤트는 없습니다.

▷미·중 관계 갈등에 따라 국내에선 어떤 업종이 피해를 볼까요?

"아마도 중국 소비주로 불리는 종목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장품 등이 있죠. 중국향 매출이 큰 기업일수록 미·중 갈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죠.

반도체 업종의 경우 올해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증가로 실적(중국향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에 따라 공급망 변화가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장기적은 2~3년 뒤엔 중국향 매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단 의미입니다.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를 공급받던 화웨이도 자체 반도체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TMC)도 반도체 양산을 하는 만큼 국내 반도체기업엔 추후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투자에 앞서 어떤 지표가 도움이 될까요?

"월 단위로 발표하는 위안화 대출 잔액, 중국 산업생산,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챙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끔 일부 전문가들이 외국인 순매수 비중으로 중국 증시를 판단하는데, 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 안팎에 불과하죠. 위안화 대출 등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지표를 통해 중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도 중국 증시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중국 증시가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미 증시와 불확실성이 여전한 유럽 증시보단 중국 증시가 그나마 좋다는 것이죠.

일단 중국 본토 증시가 올 상반기까진 괜찮은 흐름을 보이겠으나 하반기나 내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따라서 하반기부턴 중국 본토에 투자할 땐 수익이 나면 바로 차익실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를 투자할 땐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이 현 주가와 비교,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은 무조건 사는 것이 아닌, 신중하게 수혜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