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자본시장을 짓눌러온 오랜 숙제입니다. 한국 시장이 저평가돼온 이유에 대해 반복된 지적이 있었지만 쉽사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뭘 좀 하는 분위기입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영문 공시 등을 해결책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의미있는 행보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짠물 배당으로 불리는 야박한 배당 얘깁니다. 기업들의 이익과 덩치는 점차 늘어남에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은 크게 늘지 않은 채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0년 이상 배당을 늘린 '배당왕'이 수두룩한 뉴욕 증시와 달리 유독 배당이 인색한 국내 상장사들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피해온 이유입니다.

그런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독 계묘년 새해에 주목하고 있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배당확대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는 '금융주'가 바로 그 종목들입니다. 외국인들은 왜 금융주에 주목하고 있는 지, 그들의 원 픽(one pick)은 무엇인지 마켓PRO가 살펴봤습니다.
[마켓PRO]外人들의 금융주 쇼핑...신한지주 최애 종목으로 꼽은 이유는?

새해 처음으로 '주주친화' 외친 신한지주

설 연휴 직전까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톱10개 종목에 금융주(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카카오뱅크)가 4개나 포함됐습니다. 네 종목 투자금만 6000억원이 넘습니다. 이 밖에도 JB금융지주(17위), 기업은행(27위), 우리금융지주(32위), 메리츠금융지주(34위)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돼있습니다.
[마켓PRO]外人들의 금융주 쇼핑...신한지주 최애 종목으로 꼽은 이유는?
연초부터 외국인들이 금융주로 달려간 이유는 배당 기대감 때문입니다. "과도하게 저평가된 주가 개선을 위한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 노력과 자본시장의 요구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금융주들은 올 들어서만 적게는 10%, 많게는 30%나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 은행주의 과도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계 금융지주 중심으로 지속 된 주주환원 확대 노력에 2) 연초 행동주의 펀드의 은행주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더해졌으며 3) 정부 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 둔촌주공 HUG 보증으로 인한 부동 산PF 우려 축소 및 경기 침체 우려 완화와 4) 금리,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수급이 대거 유입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금융주의 주주환원률은 25~30% 수준입니다. 적년 국내 4대 금융지주 배당 성향은 하나(26.6%), KB(26.5%), 신한(26.4%), 우리(25.8%) 순으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순이익이 1조원이었다면 주주 배당은 2600억원 안팎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마켓PRO]外人들의 금융주 쇼핑...신한지주 최애 종목으로 꼽은 이유는?
이 중 외국인이 가장 주목한 신한지주는 올 들어 가장 발빠르게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한 곳입니다. 지난 2일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자본 비율(보통주 기준) 12% 초과분은 무조건 주주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신한지주'의 경우 작년 배당수익률이 6.7%로 추정됩니다.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1~3분기엔 주당 400원씩 배당을 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금융주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배당을 강화하겠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20% 상향한 KB증권은 "중기 Target 배당성향을 기존 30%에서 35%로 상향하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습니다. 업계에선 "신한발(發) 배당 확대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켓PRO]外人들의 금융주 쇼핑...신한지주 최애 종목으로 꼽은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점도 주주들에겐 호재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일 KB금융 등 7곳의 금융지주에 “주주 환원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습니다.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은행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배인 반면 해외 은행은 평균 1.2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JP모건이 1.52배, 뱅크오브아메리카 1.09배고 낮은 편인 씨티은행(0.48배)도 한국보다 높습니다다. 이들은 국내 금융주가 저평가된 이유에 대해 실적 성장세에 비해 주주환원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단기간에 급등한 일부 종목은 조정을 거치겠지만 주가와 별개로 높아진 배당성향에 대해 꾸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험주, 은행주 능가할 배당주될까?

모두가 금융주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오히려 보험주로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하는 보고서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NH투자증권은 '보험주, 은행주 이상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저평가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면, 보험주는 거대한 회계 제도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2023년 올해부터 보험 부채를 원가 기준인 IFRS4에서 시가 평가하는 IFRS17로 공식 전환되며, 이 과정 에서 회계적 자기자본과 이익이 기존과 달라지는데 이익의 절대적 규모와 산출 방법 이 완전히 변하는 만큼,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과 수준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익 증가에도 불구, 2023년 올해는 제도 변화의 첫 해인만큼 보수적인 주 주환원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다만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은행주 이 상으로 주주환원이 증가할 여력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만약 은행주 주주환원 정책이 기존의 일괄적인 배당성향에서 자본비율에 기반한 자율적 방향으로 전환되게 된다면, 보험주도 점차 유사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론적으로 금융주와 달리 보험주의 경우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하면서 이익의 50~70%까지 주주환원에 사용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