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줄이어…크레디트 스프레드도 축소
"은행계 캐피탈채도 온기…A등급 이하도 강세 시작"
새해 기업 자금조달 '기지개'…회사채 순발행 4.4배로
유동성 경색으로 몸살을 앓던 회사채 시장에 점차 온기가 퍼지며 발행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새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 회사채 발행액은 5조7천6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상환액은 2조7천249억원을 기록해 3조361억원 순발행 상태로 나타났다.

직전 달 같은 기간 2조8천847억원을 발행하고 2조1천926억원을 상환해 6천920억원 순발행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순발행액이 4.4배 수준으로 늘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회사채는 각각 4조8천429억원, 8천89억원 순상환 상태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6천879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대책과 업계의 자구 노력 등으로 유동성 상황이 빠르게 개선된 데 이어 금리 인상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새해 회사채 시장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GS에너지(AA)는 1천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해 총 1조5천600억원을 확보했고, 발행액을 2천5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어 16일 신세계(AA)는 1천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6천950억원을 확보해 발행액을 2천억원으로 증액했고, 이튿날 LG화학(AA+)도 4천억원 모집에서 10배 수준의 자금을 확보해 8천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신세계푸드(A+)도 지난 18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천950억원을 모집했고, 하나에프앤아이(A)도 8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6천220억원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위축됐던 비우량 캐피탈사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는 셈이다.

금리 상으로도 회사채 시장의 진정세가 나타났다.

이달 20일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453%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1일 경신한 연고점(연 5.736%) 대비 128.3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날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연 10.605%로 지난 10월 21일의 연고점(11.591%)과 비교해 100bp 가까이 내렸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달 27일 한 달여 만에 3%대로 내려 온 후 하락세를 지속해 이달 20일 3.67%로 마쳤다.

지난 9일 약 2개월 만에 4%대에 복귀한 기업어음(CP) 금리도 지속해서 내려 같은 날 4.72%로 마감했다.

CD와 CP 금리는 은행과 기업이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들 금리가 내렸다는 것은 자금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의미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국고채와의 크레디트 스프레드(금리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

국고채와 비교해 회사채의 금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둘 사이의 격차가 작을수록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1일 177.2bp에 달했던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3년물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이후 꾸준히 반락해 이달 20일 112.3bp 수준으로 좁혀졌다.

회사채 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레고랜드 사태 이전의 100bp 미만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이 활발히 재개되고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초강세 발행인 상황"이라며 "우량등급 회사채와 카드채 다음으로 은행 지주 계열 캐피탈채까지 온기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등급 이하 채권의 강세도 시작됐다"며 "연말까지 완만한 크레딧(국채 외 채권) 강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