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절반 이상이 주가 상승보다 이익 추정치가 더 크게 하향
“현재 코스피 12개월 포워드 PER, 10년 평균 웃돌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는 중이지만,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반등한 영향으로 주가와 수익성을 비교한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지고 있다. PER이 높다는 건 수익성과 비교해 주가가 비싸졌다는 의미다.

PER은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주가를 나눈 값으로, ‘몇 년치 이익을 모으면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지불할 만큼 돈이 모이는지’를 나타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포워드 PER은 12.25배다. 연휴 전 코스피지수 종가가 올해 들어 고점인 2399.86이었던 지난 16일에는 12.33배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은 10년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종목 별로는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제시한 추정치로 구성한 향후 12개월동안의 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흑자인 277개 상장사 중 192개 종목이 올해 들어 12개월 포워드 PER이 높아졌다.

문제는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는 와중에 주가가 오르면서 포워드 PER이 치솟았다는 점이다. 12개월 포워드 PER이 높아진 192개 종목 중 126개 종목이 올해 순이익 추정치가 연초 이후 하향조정됐으며, 이중 절반인 63개 종목은 순이익 추정치 하향폭이 주가 변동폭을 웃돌았다.

PER이 높아진 폭이 큰 종목들에서 이 같은 추세는 더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포워드 PER이 20% 이상 높아진 23개 종목 중 14개 종목의 순이익 추정치가 주가 변동률보다 큰 폭으로 하향됐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연초 이후 12개월 포워드 PER이 가장 크게 높아진 종목은 대주전자재료다. 지난 19일 기준 12개월 포워드 PER이 63.85배로, 연초 이후 73.99% 높아졌다.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가 37.12% 하향됐지만, 오히려 주가는 12.25% 오르면서 밸류에이션이 비싸졌다. 도전재와 절연재 등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는 2차전지에 들어갈 음극재 생산에 나서면서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이 회사가 생산을 추진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부피 팽창 문제로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포워드 PER 상승률 2위인 효성티앤씨(상승률 63.15%)와 3위인 한올바이오파마(49.53%) 역시 연초 이후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가 각각 37.89%와 38.46% 하향됐다. 이익 전망치 하향 폭은 한올바이오파마가 더 컸지만, 주가도 7.86% 하락하면서 포워드 PER 상승이 제한됐다. 반면 효성티앤씨 주가는 연초 이후 13.14% 상승했다.

넷마블도 한올바이오파마처럼 주가가 하락했지만,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 하향 비율이 44.67%에 달해 포워드 PER이 27.16% 높아졌다.

넷마블은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가 가장 크게 하향된 종목이다. 그 뒤를 한올바이오파마, 효성티앤씨, 대주전자재료가 따르고 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12개월 포워드 PER이 20% 이상 낮아진 종목은 삼성중공업 뿐이었다. 연초 이후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3.12% 상향됐고 주가는 0.39% 하락했는데, 12개월 포워드 PER은 24.35% 낮아져 59.38배를 기록 중이다. 순이익 전망치 대비 시가총액 규모가 큰 탓에, 소폭의 순이익 전망치 상향으로도 밸류에이션 배수가 크게 낮아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