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한주라이트메탈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렸다./사진=뉴스1
지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한주라이트메탈의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렸다./사진=뉴스1
올해 첫 기업공개(IPO) 주자로 나선 두 기업의 주가가 나란히 올랐다. 작년에는 상장 계획을 거두거나 미루는 등 완주조차 하지 못한 기업들이 수두룩했던 터라, 올해 IPO 첫 타자들의 성과에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보기좋게 씻어내고 강세 행진을 벌였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루미늄 부품 솔루션 기업 한주라이트메탈은 상장 첫날인 지난 19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초가보다 1225원(29.77%) 오른 5340원에 거래를 마친 것.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72.3%에 달한다. 한주라이트메탈은 다음날에도 12.73% 상승했다.

일반청약 미달로 투자자들의 걱정을 샀던 티이엠씨도 공모가(2만8000원)보다 0.54% 오른 2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 후 두번째 거래일인 20일 티이엠씨는 3.91% 상승하며 첫날보다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티이엠씨는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한주라이트메탈 연이틀 급등티이엠씨도 상승

이들은 상장하자마자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상장 후 2거래일간 한주라이트메탈과 티이엠씨는 각각 6029만주, 743만주 거래됐다. 거래대금은 각각 3338억원과 2196억원이었다.

일각에선 티이엠씨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지 않는 이상 주가에 대해 언급하긴 이르다"며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 때문에 주가 흐름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일 종가 기준 티이엠씨의 시총 규모는 2985억원으로 한주라이트메탈보다 3배 가까이 크다.

두 업체는 상장 과정에선 차이를 보였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지난 4~5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99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3100원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이어진 일반청약에서도 565.18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티이엠씨는 공모가를 밴드 하단(3만2000원)보다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반 공모에서 0.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했다. 일반 기업의 공모주 일반청약이 미달한 건 2019년 7월 이후 2년 6개월만이었다.

상장 과정에서 보인 온도차엔 '옥석 가리기'에 나선 최근 IPO 시장 분위기가 깔려있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가라앉았고,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최근 반도체 업종의 부진한 업황이 더해지자 반도체 가스개발업체인 티이엠씨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일부 대어급 공모주가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자 투자 열기가 식었다"며 "공모주 투자 성과가 부진했던 것도 IPO 투자심리 악화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증권가 "올해 IPO '상저하고' 전망"

증권가에선 올해 IPO 시장이 상반기까지 약세를 보이다 하반기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한다. 최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충분히 조정받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등이 가능하다"며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한 기업수도 많아,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은 지난해(70개)보다 소폭 늘어난 75개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3월에 전년도 회계를 마친후 상장 절차에 돌입하면 하반기에 상장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통상 IPO 시장은 하반기에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허수성 청약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가 시행된다면 해당 제도가 자리 잡는 하반기에 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IPO 제도 개선의 핵심 내용은 △사전수요조사 허용해 적정 공모가 밴드 설정 △주관사 책임 아래 주금납입능력을 확인해 청약과 배정 실시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확대해 적정 균형가격 조기 발견 등 3가지다.

흥국증권이 전망한 올해 공모 규모는 6조1000억원이다. 신영증권이 예상한 금액은 5조2000억~7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공모 규모는 약 16조원이었다. 최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지난해 공모금은 3조4000억원이므로 올해는 2배 가까이 반등할 수 있다"며 "하반기 증시 전반적인 반등 가능성에 IPO 시장이 동조하여 현재 전망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도 "올해 공모 금액은 지난해보단 줄겠지만, 공모시장에 광풍이 불었던 2021년 이전 5개년 평균보단 25% 증가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오아시스 등이 상장하게 되면 전망치를 뛰어넘는 공모 금액이 기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투자할 때 수요예측 성적에 목매지 말아야"

시장의 눈은 다음 주자인 미래반도체로 쏠린다. 반도체 유통 전문기업인 미래반도체는 오는 27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앞서 미래반도체는 상장을 위한 일반청약에서 2조5000억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경쟁률은 938.3대 1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를 고려할 때, 수요예측 경쟁률에 매몰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 연구원은 SAMG엔터의 사례를 예로 들며 "상장 전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의 가치는 변함없다"며 "청약 경쟁률과 주가는 개별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상장한 SAMG엔터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실시한 수요예측에 실패해 공모가를 기존 희망가 하단보다 낮췄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반등해 지난 19일 기준 SAMG엔터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77.06%에 달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