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뚝 떨어진 물가(PPI)에도 연착륙 희망 깨지나
18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경제 지표가 쏟아졌습니다. 그 데이터들은 물가만 빼면 모두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월가는 한목소리로 '어글리 넘버스'(ugly numbers)라고 평가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 둔화했지만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전월(0.2% 상승)뿐 아니라 0.1% 하락을 점쳤던 월가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최대 하락률이었습니다. 1년 전에 비해선 6.2% 올랐습니다. 역시 11월(7.3%)과 월가 예상(6.8%)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작년 3월 11.7% 고점에 비하면 5.5%포인트나 내려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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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상품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7.9% 하락했고 상품 물가는 전월 대비 1.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5.5% 상승했습니다.

씨티는 PPI 발표 이후 2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예상치를 기존 0.50%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수정했습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지만, 생산자물가는 고점에서 떨어졌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그는 "물가가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어서 금리는 더 제약적으로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성장 지표는 줄줄이 엉망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는 이유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탓입니다. 이는 오늘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Fed의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1% 줄어든 6771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11월 수치가 기존 0.6% 감소에서 1.0% 감소로 낮춰졌는데, 그보다 감소 폭이 더 커졌습니다. 두 달 연속 감소세입니다. 월가 예상은 -1.0%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0%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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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등 물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유소 판매는 한 달 전보다 4.6% 감소했죠. 휘발유 가격이 11월 평균 갤런당 3.80달러에서 12월 평균 3.21달러로 하락했으니까요. 하지만 주유소를 뺀 소매판매도 0.8%나 감소했습니다. 또 변동성이 큰 구성 요소를 제거하는 통제그룹의 소매판매도 0.7% 줄었지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일부에서는 올해 연말 쇼핑철이 10월부터 일찍 시작되었는데(아마존 프라임 세일 등), 상무부가 쓰는 계절 조정 프로세스가 아직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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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표된 전미소매협회(NRF)가 발표한 11~12월 연휴 소매판매액도 작년 동기보다 5.3% 증가하는 데 그쳐 6~8% 성장 예상을 밑돌았습니다. NRF의 잭 클라인헨츠 이코노미스트는 "지출 속도는 고르지 못했고 소비자는 우리 기대보다 더 많이 뒤로 물러났을 수 있다"라면서도 "이 수치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주도하는 도전적 환경에서 합리적으로 잘 보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12월 산업생산도 소매판매와 쌍둥이 같았습니다. 전월보다 0.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1월 수치가 0.2% 감소한 데서 0.6% 감소로 하향 수정됐고, 12월은 그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월가 예상은 0.1% 감소였습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1.6% 증가했습니다. 산업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전월보다 1.3% 감소하며 수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광업 생산도 전달보다 0.9% 줄었습니다.

이런 '디플레이션+성장 둔화' 상황은 오후에 발표된 Fed의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드러났습니다. Fed는 이전과 비교해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지역 연은들은 대체로 앞으로 몇 달간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있습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월 주택시장 심리지수는 35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전히 50을 밑돌아 부정적 상태를 나타내긴 했지만, 12개월 만에 처음 상승한 것입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도 직전 주보다 28% 급증했습니다. 작년 10월 7% 중반까지 치솟았던 모기지 금리가 6.3% 수준까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③ 그런데 금리 계속 인상?

사실 성장 둔화는 Fed를 비롯해 모두가 기다리던 것입니다. 그래야 물가가 떨어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Fed가 만족한다면 '굿 뉴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발언에 나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시장을 만족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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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터 총재는 AP 인터뷰에서 PPI 둔화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긴축 정책이 의도한 대로 작용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라면서도 "우리는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물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한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기존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메스터는 "아직 기준금리가 5%에 도달하지 못했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5%를 넘지도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긴축을 너무 적게 한다면 (지나치게 긴축할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이 발생한다고 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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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드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2023년에 희망하는 인플레이션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것이다. 아직 거기에 있지 않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자리를 잡으려면 긴축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화정책은 거의 제약적 수준에 가깝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 금리가 적어도 5% 이상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다음 회의에서 50bp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5.25~5.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래서 ‘배드 뉴스’가 된 것이지요. 오후에 발언대에 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의 말도 비슷했습니다.

사실 최근 연착륙에 대한 기대는 커졌습니다. 경기 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해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오늘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대란, 코로나 변종, 배럴당 150달러를 넘는 유가 등 일어났을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전부 비껴가고 있다”라며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이젠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조심스럽던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도 "경제가 2023년 하반기에는 의미 있게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다보스포럼의 많은 이들이 연착륙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불러드 총재도 "작년 하반기에 고용과 경제 성장률이 높았던 점은 놀라웠다"라며 연착륙 가능성은 크게 개선됐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Fed가 이렇게 계속 긴축의 칼날을 세운다면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경기 둔화의 신호는 금세 경기 침체로 바뀔 수 있죠.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높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더 크게 나타날 것이고요.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1~0.5%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장 초반 소프트랜딩 기대가 커지면서 잠깐 나스닥이 1%를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러드와 메스터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전해진 뒤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장 막판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1.81%, S&P500 지수는 1.56% 떨어졌고 나스닥은 1.2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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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완전히 지나갔다고 가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연착륙하려면 고용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노동 시장에 대한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높은 기준금리가 시차를 두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예상보다 성장에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최근 고무적인 경제 데이터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가 발표된 뒤 국채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오후 3시 37분 10년물 금리는 16.7bp나 급락한 3.382%, 2년물은 11.8bp 떨어진 4.093%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경신했고, 2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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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오늘 초 완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금리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10년물 수익률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없고 수익률 곡선 통제(YCC)가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달러당 127엔까지 치솟았던 엔화는 BOJ의 결정 직후 2% 넘게 떨어져 131엔까지 급락했고 0.50% 상한선에 머물던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0.36%까지 후퇴했습니다. ING는 "다음 BOJ 회의가 3월 9~10일에 열리는 데 4월 퇴임 예정인 구로다 총재가 주재한다. 우리는 그가 마지막 회의에서 대대적 정책 변경을 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ING는 "차기 총재가 2월 10일께 지명되는데, 새 총재 체제에서는 정책이 바뀔 수 있다"라며 "오늘 회의 결과는 4월 초까지만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내다봤습니다. ING는 "BOJ가 2023년 말까지 마이너스 금리와 YCC를 유지할 것이란 견해를 유지하지만, 다음 총재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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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유가는 오락가락했습니다. 새벽에는 엔화 약세 영향으로 급등했지만, 미국의 PPI가 약하고 나오고 소매판매 등이 악화하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인 프랑수아 빌레로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3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25bp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라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기존의 50bp 인상 지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밝힌 것도 유로 강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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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9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전환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0센트(0.87%) 하락한 배럴당 79.4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아침에만 해도 2% 안팎으로 상승하면서 9거래일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불러드 총재의 발언 이후 강화돼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구리도 마찬가지로 아침에는 작년 6월 이후 최고가까지 올랐지만, 마이너스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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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불러드 총재, 메스터 총재의 발언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최종금리를 4.88%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연말 50bp 금리 인하를 예측하고요.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윈 틴 외환 전략가는 "데이터는 더 느린 긴축을 지지하지만, 긴축 중단까지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인플레이션과 Fed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불러드 총재 등 매파들이 시장 내러티브 통제권을 다시 장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한때 4000선을 넘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오늘 종가인 3928.86은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3975)의 아래에 머물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작년 4월 이후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이틀 이상 머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오늘 주가의 하락을 기술적 저항, 그리고 비싸진 밸류에이션에 따른 기관들의 차익 시현 등으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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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거래 담당)에서는 어제 "숏커버가 끝났고 숏바잉(공매도)이 다시 재개될 타이밍"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 발언 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았다는 것이죠. 윤제성 뉴욕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 초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로 인해 지수가 올랐지만 패스트머니(투기 자본)와 기관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자 급락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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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일 연속으로 너무 많이 올랐지요.

④ 실적도 실망

기업들이 발표한 실적도 실망스러웠습니다. PNC은행과 JB헌트, 찰스 슈왑 등이 줄줄이 월가 예상보다 낮은 실적 혹은 가이던스를 내놓았습니다.

트럭운송회사인 JB헌트의 경우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 감소했습니다. 비용 증가로 인한 마진 압박이 큰 폭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매출액은 36억 5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1.92달러로 각각 월가 예상인 38억 4000만 달러, 2.46달러를 밑돌았습니다. JB헌트의 셸리 심슨 CEO는 "4분기는 계절적으로 수요가 약하다. 고객들은 증가한 재고를 다루느라 힘들어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고객들로부터 2분기에는 보다 (재고가) 정상화되거나 정상적 환경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좋은 신호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오늘 주가는 4.95%나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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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늘 전 직원의 5% 미만인 1만 명을 해고하기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편지를 써서 "우리는 중대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고객과 파트너를 만나며 몇 가지가 분명해졌다. ▲팬데믹 기간 디지털 지출을 가속하던 고객들이 이제 이를 최적화하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있으며 ▲세계 일부 지역은 경기 침체를 겪고 있고 다른 지역은 침체를 예상하면서 모든 산업과 기업들이 주의하는 것을 보고 있다"라고 대규모 구조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마존도 오늘부터 1만8000명 감원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⑤ 내일 부채한도 도달

투자자를 불안하게 요인은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바로 내일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고한,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가 상한선(31조 4000억 달러)에 도달하는 날입니다. 재무부는 예산을 최대한 아끼는 특별조치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아낄 수 있는 돈은 약 400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옐런은 지난주 의회의 증액 조치가 없다면 미국은 빠르면 6월에 채무 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월가는 정부 예산이 다 소진되는 'X date'를 8월 중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8월까지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증액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미 의회에서 부채한도 상한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스스로 경기 침체를 자초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채한도 증액 실패에 따른 미 연방정부 부도 사태로 인해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도가 나면 수많은 사회보장 혜택자와 공무원 등은 수표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경기는 무너지고 금융시장은 폭락하겠지요.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는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완전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반이기 때문에 디폴트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장 막판에는 이란이 핵무장 준비가 거의 다 되었고, 이스라엘이 조만간 이에 대응할 것이라는 소문이 월가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험자산' 주식은 하락하고 '안전자산' 채권 가격은 추가 상승(금리 하락)할 수 있습니다. 윤제성 CIO는 "모멘텀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이런 움직임에 베팅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이런 베팅으로 인해 추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3.25% 수준에서는 반등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뚝 떨어진 물가(PPI)에도 연착륙 희망 깨지나
아침에는 Fed가 제롬 파월 의장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재택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증상이 가볍다(mild)고 설명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