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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지났다” 기대에…효성티앤씨, 적자 확대 전망에도 10.7%↑
컨센서스 10% 넘게 상향된 에스티팜·동원F&B, 주가는 지지부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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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시즌을 맞아 상장사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컨센서스가 크게 하향된 종목들이 상향폭이 큰 종목들보다 높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상장사 중 직전 일주일 동안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 폭이 큰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12%로, 상향 폭 상위 10개 종목의 1.84%의 두 배 이상이었다.

컨센서스를 비교하는 기간을 한 달로 늘려도 마찬가지였다. 하향 폭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2.77%로, 상향 폭 상위 10개 종목의 0.71%를 압도했다.

일주일 전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크게 하향된 종목은 한샘이다. 16일 기준 컨센서스는 일주일 전보다 65.14% 깎인 13억3800만원이다. 발표될 실적은 더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들어 제시된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27억원 적자와 130억원 적자다.

하지만 지난 16일 종가는 일주일 전 대비 2.73%, 한달 전 대비 9.65% 상승한 수준이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택 매매거래 위촉과 소비 여력 축소 등으로 리하우스 패키지 판매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오프라인 대비 열위에 있는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한 고객 접근성 개선과 단계별로 공개될 투명성 확대는 소비자 대상 거래(B2C)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일주일 사이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두 번째로 많이 깎인 에쓰오일(S-Oil)도 주가는 7.69% 상승했다. 이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현대차증권이 작년 10월28일에 제시한 1조140억원부터, 하나증권이 이달 9일 제시한 1778억원 적자까지 넓게 퍼져 있다. 최근 추정치가 하향된 배경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이다.

다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작년 12월 상순에는 배럴당 70달러 붕괴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80달러선을 넘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작년 10월에는 달러당 140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1200원대 중반으로 안정된 상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500억원 적자를 제시하면서도 “영업적자는 일시적이고, 정제마진 강세는 변함없이 견고하다”며 “중국 리오프닝과 맞물린 수요 회복, 러시아산 정유제품에 대한 무역 규제, 구조적인 정제설비 투자 부족이 (향후에도) 정제마진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주일 전 대비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세서스 하향폭 9위와 10위인 네오위즈와 효성티앤씨는 주가가 각각 10.33%와 10.72% 상승했다.

연말 성과급과 신작 게임 홍보 등의 비용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예상된 네오위즈는 신작 게임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오는 7~8월께 출시될 예정인 LoP는 세계 최대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달성해 흥행 기대감이 높다. 김혜령 신영증권 연구원은 네오위즈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6억원 적자로 제시하면서도 “올해 최고 기대작 LoP의 흥행에 이견이 없다는 점과 내년 대작 라인업도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화학섬유인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는 작년 4분기 중국의 봉쇄 조치가 이어진 탓에 당초 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직전 일주일 동안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8.71% 하향돼 658억원 적자를 기록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악화될 전망인 실적도 작년 3분기보다는 개선된 수준으로, 실적 악화의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무적인 부분은 작년 예정됐던 증설 프로젝트 중 일부의 지연 및 철회 움직임”이라며 “스판덱스 시황이 본격적으로 반등 궤도에 들어섰을 때 상대적으로 정상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추가 증설을 완료해 잉여 설비를 확보한 점이 상위 업체들의 수혜 강도를 키워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향 폭 상위 10개 종목 중 4개 종목의 주가가 5% 이상 상승했지만, 컨센서스 상향 폭 상위 10개 종목 중에 5% 이상 오른 종목은 화신 뿐이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이 종목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일주일 사이 12.55% 상향됐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부품주 중 이익 가시성이 가장 높은 업체 중 하나로,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의 SUV 비중 증가와 북미 생산 확대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실적 모메넘 대비 현저한 저평가 상태”라고 평가했다.

화신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 폭이 더 컸던 에스티팜과 동원F&B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대폭 깎였다. 일주일간 주가 상승률도 에스티팜 2.00%, 동원F&B 0.95%에 그쳤다.

에스티팜은 작년 4분기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인클리시란)의 상업화 물량을 만들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시장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렉비오의 출시 초기 판매 증가가 저조해 당초 지난 3일까지였던 800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공급 기간이 오는 12월31일까지로 연장된 데 따라 1분기 실적 전망이 크게 후퇴했다.

동원F&B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일주일 전 대비 15.22% 상향됐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24% 하향됐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키움증권이 기존 150억원으로 제시했던 추정치를 251억원으로 올리면서 높아졌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이 기존 563억원이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321억원으로 조정해 컨센서스를 끌어 내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