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미르 IP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유재명 대표./사진=진영기 기자
스튜디오미르 IP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유재명 대표./사진=진영기 기자
"오히려 넷플릭스가 우리(스튜디오미르)에게 재계약을 제안할 걸요."

유재명 스튜디오미르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동 소재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나와 내년 넷플릭스와의 계약 만료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유 대표는 "다음 계약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자사는 갑을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라며 "OTT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잘 제작해 나가는 회사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오히려 우리가 제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설립된 스튜디오미르는 애니메이션 총괄제작 기업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비롯해 북미 케이블 채널로 기업간거래(B2B) 방식으로 판매한다. 최근엔 넷플릭스에 시리즈 애니메이션 '외모 지상주의'를 공급했다.

스튜디오미르는 애니메이션 제작 전 공정을 내재화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애니메이션은 프리 프로덕션(시나리오 기획), 메인 프로덕션(원화·동화 제작), 포스트 프로덕션(편집·녹음)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데, 스튜디오미르는 3개 공정을 모두 회사 내에서 진행할 수 있다.

총괄제작에 대해 회사 측은 "제작사가 작품의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하기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수주 평균 단가 측면에서도 일반제작(메인 프로덕션 중심)보다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미르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1편당 일반제작의 수주 평균 단가는 227만달러(약 28억원)로 총괄제작의 수주 평균 단가(1085만달러, 약 134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도 스튜디오미르의 실적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날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 분석 보고서를 내고 "스튜디오미르는 글로벌 OTT의 애니메이션 투자 확대와 함께 실적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총괄제작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벤처 캐피탈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는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투자액을 50억달러(약 6조1750억원)로 예상했다. 2018년 11억달러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전체 예산 중 애니메이션의 비중도 11%에서 15%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스튜디오미르의 '외모지상주의'./사진=스튜디오미르
스튜디오미르의 '외모지상주의'./사진=스튜디오미르
2010년 이후 꾸준히 영업 흑자를 기록하던 스튜디오미르는 2021년 13억2000만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이를 두고 미국 법인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가 코로나19로 셧다운됐고, 이 기간 집행된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스튜디오미르는 매출액 196억2000만원과 34억3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는 애니메이션 수요처가 OTT에서 게임사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재한 스튜디오미르 이사는 "최근 게임사에서 자신들의 세계관을 홍보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이질감이 덜해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미르는 협력 업체를 인수해 애니메이션 제작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권 이사는 "공모 금액으로 시각특수효과(VFX) 업체와 일반제작 업체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유입 자금 117억8100만원 중 67억8100만원을 타법인취득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회사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겠단 입장이다. IP 보유사나 유통사로부터 제작 제안을 받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자체 보유 IP로 유통사에 역제안하는 방식이다.

스튜디오미르는 총 10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희망 밴드는 1만5300~1만95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 희망가 상단 기준 1004억원이다. 이날부터 17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오는 26~27일 일반청약에 나선다. 다음 달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고,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사를 맡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