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대폭 높이기 위한 경영구조 개편에 나선다.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이사회 의장과 회사 대표이사를 분리하기로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한 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4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하면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에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체제로 바뀐다. 사외이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사외이사 선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따로 두기로 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고 과반의 사외이사를 두게 돼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작년 9월 말 기준 자산 총액이 약 1조4000억원으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경영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특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겸임 금지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함으로써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자문기관들과 법무법인 등이 제시한 경영구조 개선안을 전격 수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겸임을 금지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SK 등에 불과하다.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도 신설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질적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고, 각종 외부 거래 및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경영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주주 가치를 높이고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투자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된다. 기관투자가인 KB자산운용과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등은 SM엔터테인먼트에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겠다고 통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구조 개편이 국내 다른 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