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글로벌 미디어 기업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봄날이 다시 찾아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가는 올해 미국 증시가 개장한 이후 지난 12일까지 8거래일 동안 38% 급등했다. 이 회사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오르며 2021년 1월 이후 최장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 주가는 같은 기간 20% 뛰었다. 역시 10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두회사 모두 자체 OTT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관련 주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지난해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60%, 파라마운트는 44% 빠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지난해 19%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부진한 성적이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광고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지만 미디어 관련 기업에 대한 올해 주가 전망은 낙관적이다. 미디어 기업들이 OTT 관련 전략을 수정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마이클 모리스 구겐하임증권 애널리스트는 “파라마운트는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고 월마트 멤버십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도 호재”라며 목표주가를 20달러에서 22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역시 지난해 광고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보였지만 최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봄에는 자사 OTT인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 플러스(+)를 통합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HBO 맥스는 다음달 11일부터 월 구독료 도입 후 처음으로 이용료를 15달러에서 16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OTT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미디어 시장에서 광고 수익이 한정적인 만큼 상위 기업에 쏠림 현상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앤드루 유크위츠 제프리스 투자 분석가는 “TV 광고 서비스 수익의 대부분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넷플릭스 목표주가를 310달러에서 385달러로 높이고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조정했다. 그러면서도 로쿠, 유니티, 스포티파이 등 목표가는 하향 조정했다.
‘킹달러’ 현상이 주춤하면서 ‘환테크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고물가와 미국발 긴축 우려에 급등하며 지난해 9월 14년 만에 처음 1400원 선을 넘어섰다. 자금시장 불안까지 이어지며 1449원96전(10월 24일)까지 치솟았지만, 약 두 달 만에 1200원 중반대로 13%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환테크는 잠시 쉬어갈 때”라고 입을 모은다. 원·달러 환율 전망은전문가들이 환테크에 회의적인 이유는 ‘환율 전망’ 때문이다. 남흥식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PB센터팀장은 “고객에게 환테크를 제안하기에는 위험한 시기”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하고 물가도 잡혀가고 있어 달러 강세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했다. 이어 “달러가 다시 강세로 다시 돌아서려면 강한 스탠스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외환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명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1200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명 모두 올해 환율 하락을 예상했고, 이 중 8명은 올해 환율 저점을 달러당 1200원대 초반으로 전망했다.소수지만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하게 오른 환율이 되돌림되는 과정에서 쏠림이 나타나면 1100원대 후반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전문가 10명 모두 환율이 지난해처럼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올해 환율 흐름을 결정지을 주요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유럽 경기 등을 꼽았다. 무역수지도 환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환율 수준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융 위기가 끝나고 원·달러 환율은 1050~1200원에 머물렀다”며 “유학생처럼 달러가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최소 금액만 달러를 매수하고,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외화 정기예금은 짧게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자산 일부를 환테크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인성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외화 정기예금을 짧게 가져갈 것을 추천했다. 시중은행 외화 정기예금은 가장 손쉽게 환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 차익은 물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판매하는 외화 정기예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1일~2년까지 다양한 데다 기간도 조정할 수 있다. 지난 12일 기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외화 정기예금(거주자 기준) 금리는 하나(연 4.65%) 우리(연 4.97%) 신한(연 4.87%) 국민(연 5.39%) 등이다. 하 팀장은 “외화 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라며 “만기 3, 6개월 금리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입 기간을 짧게 잡아 변동성에 대응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하나은행은 외화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외화 매매 플랫폼 서비스 ‘하나 FX마켓’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다른 은행, 증권사의 원화 계좌와 하나은행 외화계좌 간 수수료 없이 외화 매매가 가능하다. 환테크에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우대 환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로, 일정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체결해주는 예약 거래도 활용할 수 있다.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는 환테크족도 있다. 환헤지형 상품은 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에서 환율을 특정 시점으로 고정해놓은 상품을 말한다. 환노출형은 주식 가치 변화에 더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도 부담한다. 환율이 하락세일 때는 환헤지형 투자로 리스크를 줄이고, 환율 상승에 베팅할 때는 환노출형 투자로 목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환노출형 ETF 또는 KODEX미국달러선물을 추천한다”며 “다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장기적인 환차익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달러화 약세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 가격은 통상 미국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지난 13일 거래된 금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당 1902달러로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최저가(1628.2달러)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올랐다.작년 10월 원·달러 환율은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1400원대까지 올랐다. 당시 금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당 1600~1700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떨어지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 환율은 현재 1200원 후반대로 내려왔다. 동시에 금선물 가격은 1900달러대로 올랐다.달러 약세로 금값이 상승하자 금 관련 금융상품 수익률도 크게 뛰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주요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서는 수익률이 20%를 넘는 상품이 나왔다. 대표적인 금 ETF 상품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의 3개월 수익률은 22.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금은선물(H)’ 수익률은 각각 11.54%, 11.57%를 기록했다.ETF 외에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 계좌로도 투자할 수 있다. 계좌에 예금을 넣으면 국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해 잔액을 산출한다.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와 경기 침체 등으로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스당 2100달러 수준까지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며 “올해 달러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등 해외 상장된 상품보다는 환 헤지가 가능한 국내 상품 투자가 유리하다”고 했다.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지난 2년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던 홍콩 증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올 들어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저점 대비 50% 가까이 뛰었지만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그림자를 벗어난 빅테크,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릴 소비재, 여행 관련 기업 등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이다. 홍콩 증시,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올 들어(1월 1~12일) 홍콩 H지수는 9.05% 급등했다. 이달 들어 반등세를 보인 코스피지수(5.75%)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0%), 닛케이225지수(1.36%)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비 월등한 성적표다. 미국 나스닥지수(5.11%), S&P500지수(3.74%)보다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홍콩 증시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년 가까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약 60%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탓에 짓눌렸다.그러나 최근 홍콩 증시의 하락을 불렀던 원인들이 상승 근거로 전환되고 있다. 상승세의 가장 큰 기폭제는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중국의 방역 정책이다. 이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정점이 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과 관광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홍콩은 중국과의 인적 교류가 중요한 국가다.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봉쇄로 인해 홍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리세션(경기 후퇴)을 경험했다”며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이후 어느 국가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중화권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던 빅테크 규제 문제도 해소됐다. 홍콩 증시 하락세는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당국은 대대적 규제를 통해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다. 앤트그룹의 기업공개는 무산됐고, 2021년 알리바바에는 182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반독점 과징금이 부과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홍콩 상장 빅테크 주가는 추락했다.그러나 과도한 ‘제로 코로나’ 기조로 중국 경제가 얼어붙자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기업 살리기·디지털 경제 장려’를 천명하며 빅테크 규제 완화 신호를 보냈다. 지난 8일 마윈이 앤트그룹 의결권을 53.5%에서 6.2%로 축소한다는 결정까지 발표되면서 당국의 빅테크 규제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표 직후 당국은 “알리바바와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며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화답했다.미국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고점 기록 후 하락)’하면서 빅테크 주가를 짓눌러왔던 Fed의 강한 긴축 기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상승 여력 남았다”홍콩 H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이후 약 48% 반등해 7300선까지 올라왔다. 매수하기엔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이 아직 남았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최선호 국가로 홍콩을 꼽았다. 올해 홍콩 예상 순이익 추정치를 올리며 상반기 H지수 예상 범위도 6050~8200으로 상향했다.갖가지 호재로 상승 랠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은 크지 않다. 현재보다 10% 더 올라 8000선에 안착해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속도 조절에 들어가 조정이 올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특히 알리바바 등 빅테크에 대한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관련 정부 정책이 ‘규제’에서 ‘육성’으로 급격히 바뀐 데다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증가 수혜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미래에셋증권은 알리바바 실적이 1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배송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방역, 규제완화 효과를 감안하면 2024년 실적 기준 PER 11배 주가 수준은 아직 저평가 구간”이라고 말했다.하나증권은 메이퇀, 트립닷컴 등을 단기 유망 종목으로 제시했다. 메이퇀은 음식 배달이나 호텔 예약, 구인·구직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리오프닝이 본격화할수록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립닷컴의 춘제 기간 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춘제 해외여행 예약 건수도 전년 대비 약 5.4배 급증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