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낙관론 폭발…야데니 "강세장 시작"
11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의 모든 관심은 내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 CPI에 쏠렸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현재 헤드라인 6.5%, 전월 대비 -0.1%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각각 6.6%와 0%였는데, 금융사들이 수치를 수정하면서 컨센서스 자체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5.7%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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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CPI가 낮게 나올 것이란 기대가 큰데요. 이렇게 되면 증시 등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CPI는 작년 초부터 10월까지는 계속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었지만, 10월부터는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어 그날마다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렐 BGC의 구밋 카푸르 트레이더는 "내일 CPI 발표로 인해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4000선을 돌파하거나 아니면 하락 추세선 밑인 3800으로 되돌아가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옵션시장에서도 내일 CPI 이후 커다란 시장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베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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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컨센서스가 6.6%일 때인 화요일에 발표해 6.6%를 기준으로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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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6.6%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확률은 15%로 봤는데요. 이는 부정적인 결과이며, 시장의 Fed 최종금리에 대한 전망은 높아지고, 채권 금리도 올라갈 것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S&P500 지수는 2.5~3% 떨어지면서 이번 주의 증시 상승 폭을 모두 되돌릴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6.8% 이상이 찍히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 6.4~6.6% 사이로 나오는 경우입니다. 확률을 65%로 계산했습니다. 이는 긍정적이고, 자산시장 전반에 있어 변동성이 떨어지면서 채권 금리 하락과 달러 내림세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이번 주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로 인한 S&P500 지수 상승 폭은 1.5~2%에 머물 것으로 봤습니다. 장 초반 랠리가 나타나도 장 후반에는 좀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상승은 기술주가 주도하고요.

세 번째는 6.4% 밑으로 찍히는 경우입니다. 확률은 20%인데요. 이건 자산시장에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6.0% 이하라든지 그런 큰 폭의 하락이 아니라면 올해 들어 이미 상당 폭 하락한 채권 금리는 크게 하락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만약 그런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난다면 시장은 Fed가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을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JP모건은 6.2% 밑의 숫자가 찍힌다면 S&P500 지수는 3~3.5% 상승할 수 있고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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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낮은 CPI가 랠리를 촉발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주요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다우는 0.8%, S&P500 지수는 1.28% 뛰었고 나스닥은 1.76%나 올랐습니다. 이미 지난 5거래일간 S&P500 지수는 4% 올랐고, 나스닥은 5.6%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핵심적인 CPI 보고서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는 낙관론이 유지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전망은 실제로 개선되고 있다. 미국 주식은 작년 10월 12일에 저점을 기록했다. 그것이 약세장의 끝이었고 우리는 다시 강세장으로 돌아왔다"라고 선언했습니다. S&P 500은 그때부터 약 10% 상승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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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밈주식 랠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파산을 준비 중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가 68.6% 넘게 상승했고 게임스톱 7%, AMC 21% 등 밈주식이 모두 폭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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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 금리도 온종일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2시 50분께 미 국채 10년물은 6bp 내린 3.560%, 2년물은 2.5bp 하락한 4.237%에 거래됐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20억 달러 규모의 국채 10년물 경매에서도 발행 금리가 3.575%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인 3.580%에 비해 0.5bp 낮게 결정됐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내일 중요한 CPI를 앞두고도 상당한 수요가 나타났다. 그만큼 CPI가 낮게 나올 것이란 생각이 강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은 "12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컨센서스인 0.25% 증가를 집어넣어서 지난 3개월 수치를 연율로 계산하면 2.8%까지 떨어진다"라며 "이는 미 중앙은행, Fed가 목표로 삼는 2%에 침 뱉으면 닿을 거리(spitting distance)"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 지난주 12월 고용보고서에서의 임금 상승률(0.3%)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경로는 매우 비둘기파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낮은 CPI는 금리 인상 중단을 부르고, Fed가 긴축을 중단하면 주가는 오른다는 보고서가 월가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HSBS는 오늘 Fed가 2월에 50bp를 올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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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월가 컨센서스보다 높습니다. 헤드라인 CPI가 월 0.1% 상승하고 근원 CPI는 0.5% 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전년 대비로도 각각 6.6%와 5.9%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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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헤드라인 CPI는 떨어지겠지만 근원 CPI가 그렇지 않으면 보고서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오를 것이란 게 컨센서스입니다. 지난 11월 0.2%보다 높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미 인플레이션을 상품/주거비/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눠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서 정확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기 위해 에너지, 주거비뿐 아니라 의료와 교통 서비스도 제거한 '슈퍼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PI가 강한 랠리를 만들어낼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힘이 계속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12월 CPI가 강력한 랠리를 촉발할지에 대해선 기준이 너무 높아졌다. 월가는 이미 상당한 인플레이션 감속을 이미 가격에 반영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는 "전월 대비 CPI 추정치가 -0.1%까지 떨어졌다. 월가는 -0.1%가 나오면 Fed는 2월 1일에 단지 25bp 인상하고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이미 -0.1%는 시장 가격에 책정이 됐고 25bp 인상도 마찬가지다. 이는 공격적 수치이며, 내일 CPI가 강한 랠리를 촉발하려면 이런 수치를 극복해야 한다(더 낮아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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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는 하락하고 주가가 오르면서 시카고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전미금융여건(NFCI)은 지난주 6일까지 한 주 동안 -0.27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는 더 완화됐을 것입니다. Fed로서는 난감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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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Fed 위원들이 올해 말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확신시키기 위해 전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노력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Fed가 지난 12월 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최종금리를 5.1%로 제시하고 올해는 금리 인하가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믿지 않고 있습니다. 통화 스왑 시장에서는 Fed가 6월까지 기준금리를 5% 미만으로 인상한 뒤 12월 말까지 약 4.5%로 50bp가량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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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어제 웹캐스트를 통해 "Fed가 말하는 것보다 채권 시장이 뭐라고 말하는지를 들어야 한다"라면서 Fed를 불신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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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2월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 "25bp 또는 50bp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나는 이 단계에서 25bp로 기울고 싶지만, 매우 데이터 의존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발언은 '데이터만 보면 된다'라는 시장의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었고 금융여건을 긴축시키기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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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의 산출 근거인 각종 물가 데이터가 우호적이기 때문입니다. AAA에 따르면 휘발유의 월평균 소매 가격이 11월보다 12.7% 하락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을 대표하는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12월 전년 대비 14.9% 떨어졌습니다. 중고차는 4.5%, 신차는 9%가량을 차지합니다. 신차도 판매 인센티브 증가로 하락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주거비도 꺾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거비가 11월에 이어 상승률이 둔화했을 것(렌트 +0.67%, OER +0.64%)으로 관측합니다. 데니스 맥길 젤맨 어소시에이츠 공동설립자는 "렌트와 주거비의 정점은 이미 서너 달 전에 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12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상승률도 전월 대비 0.3%에 그쳤습니다. 또 ISM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설문에서의 지불가격도 급락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팬데믹 때 가장 분주했던 LA항 등 서부지역의 항만이 이제는 ‘썰렁’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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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어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디즈니월드 등 테마파크에서 올렸던 가격 일부를 철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 촬영된 사진을 다운로드할 때 매기던 요금이나 디즈니 호텔에서 테마파크로 차를 몰고 갈 때 내는 주차요금(15~25달러) 등을 없애고 입장권 가격도 최저가(성인 104달러)를 적용하던 날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디즈니는 팬데믹 때 크게 물가를 올린 대표적 기업입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는 디즈니월드 방문객 10명 중 2명은 빚을 내서 놀러 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가 올린 가격을 일부 내리기로 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탓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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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식품업체인 코내그라 브랜즈의 션 코넬리 CEO가 어제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분기 이후로는 스낵과 냉동식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모델로 등을 만드는 주류회사 콘스털레이션 브랜즈는 지난주 실적 가이던스를 낮추면서 가격 인상이 판매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밝혀 주가가 하루 만에 9%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집계하는 12월 소기업 낙관지수에서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은 11월보다 10%나 감소한 24%에 그쳤습니다.

기업들이 더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이는 양날의 검이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좋지만, 기업 마진에는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195달러,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18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컨센서스인 230~210달러와 차이가 큽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컨센서스를 훨씬 밑도는 우리의 이익 예측은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영업 레버리지(negative operating leverage)를 중심으로 산출됐다. 이런 부정적 전망에 대한 가장 큰 반발 중 하나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의미하고, 가벼운 침체의 경우에도 매출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익도 평년보다 잘 버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약간의 불황이 생겨도 매출은 올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마진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비용 상승률이 매출 상승률을 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마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더 개선되기 전에 훨씬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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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CPI 발표 다음 날인 13일부터 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앨리의 브라이언 오버비 전략가는 "우려 사항은 기업 실적 발표가 금요일에 집중되면서 이번에 주가가 더 오르면 '뉴스를 팔아라'라는 매도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예측이 맞을지 알 수 없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나 애틀랜타 연방은행 추정을 보면 지난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은 2~4%에 달하는데, 이게 맞다면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는 괜찮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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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어닝시즌은 JP모건 등 은행들이 열어젖힙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6개 대형 은행의 4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실 대출에 대비하기 위해 57억 달러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 감소로 투자은행 분야 수입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