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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지분 갈등 가능성도…후계자 구도 경쟁 본격화
중국 감기약 수혜주로 주목, 올해 실적 개선 전망
주식 매력도 높다는 분석 잇따라…신약 반환 등 악재도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미약품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1960년대 서울 동대문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개업한 '임성기약국'이 모태입니다. 고 임성기 회장은 당시 약국에서 번 돈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했죠. 한미약품은 한때 국내 대표 제약주로 불렸으나 2016년 명성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 2015년 초대형 기술 수출 소식으로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했다가 2016년 계약 해지·늑장 공시 등의 논란을 낳으며 수많은 투자자를 절망 속에 빠트렸기 때문.

그래도 한미약품은 여전히 국내 대표 제약사 중 하나입니다. 약 3년 전 임성기 회장 타계 후 부인인 송영숙 회장이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죠. 사실 임성기 회장 생전에는 장남인 임종윤 사장으로 굳혀지는 분위기였으나 송영숙 회장이 전권을 잡으며 승계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시장에선 올해부턴 후계 구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 더군다나 올해 한미약품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식 매력도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연기금 '한미약품' 사들이는 중…후계 구도 경쟁 본격화?

최근 한 달 새 연기금이 사들이 코스피 종목 상위 30위권을 살펴보면, 제약사 중 일동제약(20위)과 한미약품(23위)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기간 연기금들은 한미약품 주식을 230억원어치 사들였죠. 올해 제약과 바이오 시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과는 반대로 연기금들은 한미약품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을 파악하기 위해선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율은 41.41%로, 최대주주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너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61.25%를 보유하고 있죠. '오너일가→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집니다. 한미약품 오너 2세로는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삼 남매가 있죠.

사실 임 전 회장 별세 전까지만 해도 한미약품그룹 승계 경쟁에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가장 앞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삼 남매 중 가장 먼저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0년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오르면서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임 전 회장 별세로 부인인 송영숙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임주현과 임주현 두 동생도 잇따라 한미약품 사장으로 승진했죠. 더군다나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직에서 내려온 것도 후계 구도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놨습니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는 송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우종수 사장 등 단 두 명입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승계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분율이죠. 현재 삼 남매의 승계 구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송영숙 회장(12.96%)입니다. 그 뒤를 임종윤(12.55%), 임종훈(9.19%), 임주현(7.4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동생의 지분율은 임종윤 사장보다는 적지만 근소한 차이죠. 언제든지 역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고 임 회장의 부인이자 삼 남매의 모친인 송영숙 회장이 누구 편을 들지가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은 경영권 분쟁을 반깁니다. 지분 확보 경쟁을 유발하는 경영권 분쟁은 통상 호재로 인식돼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한미약품 측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삼 남매의 승진과 이사직 사임 등 그동안의 작업은 송영숙 회장 단독 경영 체제를 갖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후계 구도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시장의 관측입니다. 삼 남매도 각자의 역할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그룹과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경영 성과를 내서 후계자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측근들은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 내 영향력이 장녀인 임주현보다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그룹 후계 경쟁보다 외부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죠.

작년 12월에 공개된 한미약품 임원 인사에서는 임주현 사장의 새로운 역할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임 사장은 글로벌전략·인적자원개발(HRD)을 총괄했는데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사업본부와 연구개발(R&D)센터, 경영관리본부, 커뮤니케이션팀 등 핵심 조직을 이끌게 됐습니다. 사실상 조직 개편된 핵심 조직 대부분이 임주현 사장 아래로 들어간 것이죠. 임종윤 사장의 경우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임종윤 사장이 상당히 실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행보를 보이진 않다는 평입니다. 임종훈 사장은 헬스케어사업부문을 맡아 한미정밀화학 사업을 관장하는데, 이는 예고된 결과란 평가입니다.

시장에선 올해 한미약품의 성과를 누가 가져가는 것에 따라 후계자 구도가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장남과 장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미약품 내부를 잘 아는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모친인 송영숙 회장의 결정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한미약품이 임주현 사장 입지를 키워주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면서 "임종윤 사장이 이를 견제함에 따라 올해 한미약품 내 후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자칫 경영권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신약 개발 흔들려도, 감기약 등 실적 개선 전망

올해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최근 중국 내 감기약 수요 급증에 따라 한미약품 중국법인 베이징한미약품의 매출 성장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봤죠. 또 올해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 데이터 발표 등 연구개발(R&D) 모멘텀도 다수 존재합니다. 최근 한 달 새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이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들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가는 34만~38만원 사이입니다.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단 이야기입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호흡기 환자와 감기약 수요 급증으로 베이징한미약품의 주력 제품인 이탄징(기침가래약), 이안핑(기화제형태기침가래약) 등 매출이 성장했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로 감염자 확산에 따른 감기약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켓PRO] 올해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로 한미약품에 대한 증권가의 실적 컨센서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액으로 1조200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부터 올해까진 각각 1조3454억원, 1조454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54억원(2021년)→1642억원→1794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죠.

그렇다고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둥이 됐던 신약 명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한미약품 신약후보 물질을 사들였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반납이 잇따른 데 이어 미국 시판 허가를 눈앞에 둔 항암제까지 '보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2020년에는 사노피로부터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가 반환된 데 이어 최근 포지오티닙의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에서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앞서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부정적 자문을 내놓으면서 우려가 커졌고 결국 작년 11월 FDA가 현재로서는 승인하기 어렵다는 보완요청서한(CRL)을 발송했습니다.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는 포지오티닙의 추가 개발을 중단, 롤론티스의 시장 진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입니다.

일각에선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DA 산하 항암제자문위원회로부터 포지오티닙 관련 승인 거절 권고로 이미 주가가 하락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NASH 치료제 임상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어 향후 연구·개발(R&D) 모멘텀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미약품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바이오 섹터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 등 메크로(거시)적인 부분의 변수도 있어, 주가가 오른다고 장담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한미약품 앞에 놓인 재료(경영권 분쟁 가능성, 실적 개선 등)를 봤을 때 악재보단 호재가 더 많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약품 프로필(1월9일 종가기준)
현재주가: 26만9500원
52주 최고 l 최저가: 32만4000원ㅣ22만6000원
업종 l 주요사업: 의약품ㅣ제약
현 주가 대비 PER l 동종업계 PER: 49.57배ㅣ65.27배
PER(12개월 포워드)ㅣ증권가 목표주가(3개월 내 평균): 30.52배ㅣ34만8100원
분기별 매출액 컨센서스: 1Q23 3441억원ㅣ2Q23 3466억원ㅣ3Q23 3713억원ㅣ4Q23 3920억원
분기별 영업이익 컨센서스: 1Q23 412억원ㅣ2Q23 360억원ㅣ3Q23 513억원ㅣ4Q23 590억원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컨센서스(2022년): 1조4547억원ㅣ1794억원
최근 2년간 매출액 추이: 1조2032억원(2021년)ㅣ1조3454억원(2022년 추정)
최근 2년간 영업이익 추이: 1254억원(2021년)ㅣ1642억원(2022년 추정)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