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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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충격'(어닝쇼크)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가 주요 원인으로 자회사 LG이노텍을 지목했다. 연결 실적으로 반영되는 LG이노텍에 연말 성과급 등 대규모 비용이 발생하면서 LG전자의 실적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LG전자가 발표한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2% 감소한 655억원에 그쳐 증권사 추정치 평균(3193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배경으로 'LG이노텍의 실적 부진'을 꼽았다. LG이노텍을 뺀 별도 기준으로 보면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성적이라는 얘기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별도 실적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418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1900억원에 불과해 LG전자의 연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LG전자 본사만 놓고 봤을 때, 영업손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며 "결국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에 못 미친 건 LG이노텍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4분기 LG이노텍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5398억원에서 1943억원으로 낮췄다.

일부 증권사는 세부적으로 LG이노텍의 인건비를 지적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연결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건 LG이노텍 때문인데, LG이노텍의 연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3분기 인건비 현황을 살펴보면 관련 지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인건비는 8586억8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29억5600만원(39.5%) 증가했다. 3분기 말 임직원 수가 1만5782명으로 1년 만에 31.5%(3785명)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급여액도 5600만원에서 6300만원으로 올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도 인건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LG이노텍은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최대 1000%'를 직원들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다. 올해 지급될 성과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인건비 상승과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폐쇄 등 비우호적 업황이 맞물리자 증권사들은 LG이노텍의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조6387억원, 영업이익은 5039억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각각 1개월 전보다 4486억원, 849억원 줄어든 수치다.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도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며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며 "11월 이후 급락한 원·달러 환율도 악재였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목표가를 기존 45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도 이날 LG이노텍에 4분기 실적충격이 예상된다며 목표가를 45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외적으로 성장하며 직원을 다수 채용해 인건비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4분기 실적 악화는 중국 폭스콘 공장이 폐쇄돼 생산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