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인정보 보호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벤처캐피털(VC)이 AI를 활용해 투자할 경우 투자 범위와 다양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록사나 미헤트 스위스 금융연구소 교수는 202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캘리포니아 개인정보보호법(CCPA)이 발효된 뒤 데이터를 활용해온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CCPA는 기업이 사내 데이터를 모으는 것뿐 아니라 제3자와 공유하는 것을 제한한다.

특히 기업을 고객 기반 규모가 큰 곳(내부 데이터가 많은)과 작은 곳, 데이터를 정교하게 활용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고객 기반이 작은 곳과 데이터를 잘 활용해온 곳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미헤트 교수는 “고객 기반이 큰 대기업은 내부 데이터를 써서 구하기 어려워진 외부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지만, 소규모 회사는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를 잘 활용해온 전자상거래, SNS 기업 등의 피해가 컸다. 미헤트 교수는 “개인정보 공유를 막는 데이터 장벽은 경쟁에 반하는 영향을 미치며, 규모가 작고 정보 활용에 강한 기업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정할 때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규제를 달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레아 스턴 워싱턴대 교수는 VC가 AI를 활용하면 편견을 뛰어넘어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2006년 설립된 기업 12만 개를 대상으로 VC 투자를 받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나눠 분석했을 때 VC 투자를 받은 곳이 더 빨리 성장했다. 하지만 스턴 교수팀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으로 뽑은 기업들이 더 큰 성장성을 보였다.

그는 이를 VC의 편견 때문으로 봤다. 스턴 교수는 “우리는 VC가 고정관념처럼 성공적 창업을 대표하는 특성(남성, 고학력, 대도시 기반, 첨단기술 등)을 지닌 창업가를 선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우리의 AI 알고리즘은 성별, 연령, 지역 등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알고리즘을 통한 투자 결정은 투자 범위와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