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2022년 증시가 막을 내렸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테마는 무엇일까.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자동차 전장과 콘텐츠, 2차전지, 반도체 등으로 파악됐다.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드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경기 둔화에도 성장하는 전장·콘텐츠
한국경제신문이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이달 가장 많이 읽은 증권사 보고서가 무엇인지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보고서는 DS투자증권의 ‘전장? 전장!’이었다. 내년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장부품 업체는 차별화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다.
권태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장부품이 관련 업체의 주가 하방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 증권사는 내년 LG전자의 전장(VS)사업부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162.2% 증가한 43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지노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토비스는 자동차 전장 디스플레이로 주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내년 전장용 디스플레이사업부의 흑자전환과 카지노 업황 회복의 ‘쌍끌이 수혜’가 기대된다.
조회수 2위는 하나증권의 ‘알아두면 쓸모있는 콘텐츠 기업’이 차지했다. 올해도 K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어게인 마이 라이프’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보고서도 조회수 상위권에 올랐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2차전지 셀·소재보다는 폐배터리 관련 보고서에 관심이 집중됐다. 거시경제(매크로) 악화로 대형주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형주에서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알파’를 찾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선 “투자 축소 국면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하나증권)는 주장도 나왔다. 변운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러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업체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기재부에 지시하자마자다. 윤 대통령이 기재부를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걸 감안하면 정부가 세액공제율을 최소 10%대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 초 이런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8%도 높다던 기재부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전략기술(반도체, 백신, 배터리)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중견기업(8%)과 중소기업(8%)의 공제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는 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늘려달라고 건의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공제율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설비투자 공제율(대기업 기준)을 20%와 10%로 높이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하지만 기재부는 8% 세액공제율도 결코 낮지 않다고 버텼다. 일부 의원이 대만보다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만의 반도체 설비투자 공제율은 5%이고, 일본은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10%)를 더하면 최대 18%까지 세액공제가 된다고 했다.기재부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여당안(양향자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대한 세수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2조6970억원 △2025년 2조8186억원 △2026년 4조4094억원 △2027년 4조4599억원 △2028년 4조6835억원 △2029년 4조8139억원으로 나타났다. ○尹 질타에 기재부, 부랴부랴 재검토결국 지난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이 통과됐다. 기재부가 워낙 완강하게 반대했고, 여야 모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및 지역화폐 예산 부활 등에만 매몰돼 제대로 논의를 못 한 탓이다. 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수백 건의 법안을 2주 만에 ‘벼락치기’로 처리하면서 이 법안을 심사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본회의 이후 경제계는 기재부의 고집과 여야의 무기력을 질타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 8월 반도체투자 세액공제를 25%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확정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도체 지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도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야당보다 더 낮은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주장해 관철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7일 “반도체 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세액공제 방안을 내놓을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를 마친 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여기에 윤 대통령이 30일 “반도체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기재부를 질타하자 기재부 세제실은 곧바로 세액공제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임시국회에서라도 입법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적어도 야당안(대기업 기준 10%)보다는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여당도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법안 처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까지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도병욱/고재연 기자 dodo@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기술은 국가 안보의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며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 법이 정부안대로 국회에서 처리된 지 1주일 만에 대통령이 다시 법 개정 추진을 지시한 것이다. 기재부를 질책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에 대해서도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재부는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선 반도체 세제 지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국회는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등으로 높이는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안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안(대기업 10%)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이날 윤 대통령의 질책성 지시는 핵심 국정과제조차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기획재정부를 향해 “반도체 세제 지원 추가 확대를 적극 검토하라”고 질책성 지시를 한 것은 핵심 국정과제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세제지원 관련 법안이 경제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어떤 정부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파악한 기재부는 부랴부랴 새 법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정부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반도체 인력 양성이) 힘들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해명을 듣고 “국가 운명이 걸려 있는 역점사업을 치고 나가지 못하는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운을 걸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처음으로 찾은 산업 현장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였다. 윤 대통령에게 현장을 안내한 이종호 당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됐다.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혁신보다 안정 위주’의 경제 정책을 짜는 기재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 21일 기재부의 새해 업무보고 당시에도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경제부처의 주요 요직을 기재부 선·후배 관료들이 독식하면서 조직 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