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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연말을 맞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 있습니다. 리오프닝 대장주로 꼽히는 '호텔신라'입니다. 중국 관광객이 돌아올 날을 학수고대하며 애지중지 들고 있던 종목을 연말이 되자 팔아치운 겁니다. 이 중에는 연초 주가를 1년 만에 어렵사리 회복한 종목에 대한 피로감 탓에 주식을 던져버린 이들이 있을껍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11월 초 주가가 연저점(6만2700원)으로 떨어졌을 때 호텔신라를 '줍줍'해 30%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을꺼고요. 호텔신라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언젠가 찾아올 핑크빛 미래를 기다려야한다는 쪽과 인고의 시간이 과거에 그랬듯 예상할 수 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쪽이 맞섭니다. 개인들이 던져버린 호텔신라는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요?
[마켓PRO]개인 순매도 1위 호텔신라...'양치기소년'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만년 리오프닝 기대주...개인들은 또 팔았다

이달 들어(20일 기준) 개인들은 호텔신라 1098억원어치를 내다팔았습니다. 개인 순매도 기준 1위에 해당합니다. 2위 한국전력(754억원), 3위 삼성전기(743억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팔아치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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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호텔신라를 대거 순매도한 것은 이달 초 주가가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호텔신라 종가는 8만원 선으로 올라섰습니다. 8만호텔의 지위를 되찾은 것은 지난 5월 이후 약 7개월 만입니다.

당시 4월 주가는 8만5100원까지 올랐었죠. 이때도 주가를 밀어올린 것은 리오프닝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곳곳에서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4월에도 한 달 간 500억원가량의 호텔신라 주식을 개인들이 순매도했습니다. 8만원대를 넘어서면 개인투자자들의 심리가 '매도' 쪽으로 기우는 듯합니다.)
[마켓PRO]개인 순매도 1위 호텔신라...'양치기소년'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재벌집(삼성家) 첫째 딸(이부진)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표 기업입니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부진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올라섭니다. 당시 삼성그룹 72년 역사상 첫 여성 CEO라는 사실이 부각되며 새로운 여성 리더로 주목을 받았죠.

호텔신라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약 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19.34%)입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0.44%), 이부진 사장(6.92%)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막내딸인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경우 1%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갖고 있죠.(삼성그룹 경영권에 키를 쥐고 있는 삼성물산의 경우 이재용 회장 17.97%,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6.19%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호텔신라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12년 전 여성 첫 CEO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에겐 의미가 있는 회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대외 변수에 취약한 사업구조입니다. 리오프닝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호텔신라가 리오프닝 대장주로 평가받는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면세점(TR)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는냐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죠. 호텔신라 측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른 내국인 출국객, 외국인 관광객의 증감과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약속의 반등 온다, 주가 빠지면 사들여라"

최악은 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9987억원, 1179억원입니다. 작년보다 매출은 32%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소폭(-0.76%) 줄어드는 수치입니다. 내년이 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마켓PRO]개인 순매도 1위 호텔신라...'양치기소년'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다만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아직 큰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모든 수치는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느냐에 따라 달려있기 때문이죠. 실제 2019년 호텔신라의 매출 비중을 보면 시내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합니다. 시내 면제점을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게 가장 중요한 요소죠.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이 다시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신 적이 있으실텐데 실제 시내 면세점 매출은 과거만큼 회복이 됐습니다. 문제는 공항 면세점인데 아직 올해 예상 매출 규모가 2019년의 반의 반토막 수준입니다. 내년에도 이 수치가 크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하늘길이 온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낙관론자들은 어차피 찾아올 미래라고 말합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은 나타날 변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도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면, 그다음엔 반등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내년 3월 중국 리오프닝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비록 이것이 당사 기존 가정과 일치된다 할지라도 가시성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라는 설명입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지난 7일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크게 높여잡았습니다. 현재 평균 컨센서스는 9만4385원입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내년에 어떻게 달라질 지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중국이 코로나 사망자 통계를 바꿔가며 민심을 진정시키고 나서면서 더욱 불투명한 국가 이미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세계은행(WB)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성장 전망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책 대응과 가구·기업의 대응 등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긍정론에 맞서 긴 인고의 시간을 또 다시 견딜 바에 다른 테마로 눈길을 돌리는 편이 낮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랜 기간 참고 기다리기엔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돼 주가가 다시 출렁일 때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결국은 8만원선까지 주가가 다시 올라오는 힘을 확인했다"며 "주가가 빠졌을 때 장기적인 안목으로 분할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