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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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 금리가 안정을 찾고 있다. 반면 그동안 금리 하락기에 강세를 보였던 성장주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기대가 남아 있는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성장주의 배신?…채권금리 꺾여도 안오르네

맥 못 추는 네·카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15일 3.753%에서 이달 16일 3.539%로 하락했다. 이 기간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카카오는 각각 5.99%, 7.33%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85%)보다 부진한 성과다.

이 같은 성장주 약세 흐름은 미국 증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15일 3.777%에서 최근 3.488%까지 내렸다. 이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5.75%) 하락폭이 다우지수(-2.00%)보다도 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리면 성장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할인율을 의미하는 금리가 낮아질 경우 성장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가치 수준)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 하락이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는 경우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역사적으로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성장주 약세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먼저 국채 금리 하락에도 성장 기업의 ‘진짜 할인율’을 의미하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는 낮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구(舊)경제 산업의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최근 하락한 반면 정보기술(IT), 건강관리 등 성장주의 스프레드는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원인으로 성장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꼽는 의견도 나온다. 성장주의 실적 개선 기대가 낮아진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IT소프트웨어 업종이 대표적이다. IT소프트웨어의 내년 상반기 매출 증가율은 유가증권시장 26개 업종 가운데 하위 6위에 해당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 추정치 대비 각각 31.7%, 18.0% 하향 조정됐다.

“화장품·건강관리주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기에 성장주를 무작정 매수하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장주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가 남아 있는 화장품, 건강관리, 미디어 등의 업종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주와 콘텐츠주는 최근 중국 리오프닝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건강관리 업종은 실적 개선세와 가격 매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톱픽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8820억원에서 현재 9632억원으로 9.2% 상향됐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에서 79배로 내려갔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공장 증설 계획이 구체화되는 해”라며 “금리 인상 둔화 시기에 기업가치 상향은 성장주로 거듭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