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부산 최고 '노른자 땅' 6300억에 매각하는 이유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부산 남천동은 일대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광안대교와 광안리 앞바다에 맞닿아 있는 이 동네엔 아파트 삼익비치타운도 자리잡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민투수' 고 최동원이 거주한 바 있는 아파트다.

삼익비치타운 인근엔 SK그룹 계열사 부산도시가스의 사옥과 메가마트·아웃백스테이크 등도 자리잡고 있다. 부산도시가스는 남천동 사옥과 일대 부지를 묶어 6328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가 노른자 땅을 매각하는 것은 최근 산업계에 불어닥친 칼바람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E&S의 100%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 본사 사옥 등을 대우건설·큐브리얼인베스트·NH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 컨소시엄에 6328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부산도시가스는 매매계약을 이달 체결을 마무리하고 내년 5월 23일 매매대금 전액을 받아 처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 부동산은 부산도시가스 사옥과 남천동 메가마트, 아웃백스테이크, 빕스 매장 부지로 3만606㎡(건물 면적 5867㎡)에 달한다. 이들 부지는 토지만 부산도시가스 소유다. 건물 소유권은 임차업체인 메가마트 등에 있다. 이들 임차 업체는 퇴거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매각 배경에 대해 "보유자산 매각으로 자산 운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도시가스는 매각 대상 자산가치를 1037억원으로 평가했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50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매각되는 남천동 부지는 광안대교와 광안리 앞바다를 바라보는 입지다. 부산지하철 2호선 남천역도 도보 10분 거리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이 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도시가스가 사옥 등을 매각하는 것은 최근 SK그룹의 유동성 마련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SK그룹이 줄줄이 '재무통' 출신인 경영진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3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나빠지는 경기와 치솟는 금리·물가 등 불안한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SK그룹 계열사인 SKC(1조5950억원) SK온(최대 1조3200억원) SK㈜(2900억원) SK텔레콤(2500억원) SK리츠(1090억원) 등은 자산매각과 회사채·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3조5440억원가량을 조달한 바 있다. 부산도시가스의 사옥 매각까지 마무리되면 총 4조1768억원을 마련하게 된다. SK그룹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는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가량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최대 10조원가량의 투자금을 감축하는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