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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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매파 본색'에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예상치를 하회한 1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해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사실상 연말 증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종금리 5% 이상”… 뒷걸음친 코스피

15일 코스피 지수는 1.60% 하락한 2360.97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539억원, 442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45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대신 최종 금리 수준을 더 높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Fed는 4차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FOMC 위원들이 제시한 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연준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중간값 예상치 5.1%)로 높였다. 2024년전까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 CPI 지수가 두 번에 걸쳐 완화세를 보이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미 최종 기준금리가 5% 이내로 마감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9월 1.2%에서 0.5%로 낮췄다. 올해 0.5%, 내년 0.5% 성장한다면 사실상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후 부진한 중국의 실물지표가 발표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자 코스피지수의 낙폭도 재차 확대됐다. 중국의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산업생산(2.2%)도 전망치(3.6%)를 크게 하회했다.

반도체주의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1.49% 하락하며 하루만에 다시 '5만전자'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도 1.71% 하락한 8만400원에 거래를 마치며 8만원대를 위협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2.61%), 삼성SDI(-0.45%) 등 2차전지주도 약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과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등 악재가 겹친 카카오는 5.45% 급락했다. 네이버도 4.91% 하락했다.

○“산타랠리는 없다”

이번 FOMC 결과가 ‘얼마나 매파적(통화 긴축)인지’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준금리를 ‘더 오래 더 높이’ 올리겠다는 기조는 확인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년 2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데다 “경기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FOMC 개최 이전 시장이 기대하던 본격적인 산타랠리가 실현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FOMC 이후 오히려 2년물,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하락 마감한 데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는 더 강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Fed의 점도표를 무시하는 듯한 시장 반응을 보고 Fed 위원들은 지난 3월처럼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미 높아진 금리 수준과 향후 추가 인상폭 등을 고려한다면 4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내년 1분기초까지 주가는 무겁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가 1.0~1.25%포인트로 크게 벌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쓸려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달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 하방 압력을 키웠다.

약세장 진입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가 금리 경로의 상방 압력을 낮춘 것은 사실"이라며 "코스피는 한 차례 숨고르기 구간을 거쳤던 만큼 향후 하단으로 2330선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상 터널의 끝이 보일수록 달러가 약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강(强)달러가 약해지는 국면에선 미국보다 다른 지역의 성적이 더 나았고,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더 강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