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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균주 출처 분쟁 결과로 한 쪽은 타격 불가피”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되면 후발주자들 상당수 위태”
[마켓PRO] "보톡스 생산 기업 주가 상승세 불안" 경고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수출 실적이 호조세이고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논리로 에스테틱(미용)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기업들은 따로 봐야 합니다.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요.”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퇴직한 A씨는 이달 들어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도 주식시장에서 에스테틱 테마가 부상한 데 힘입어 주가가 동반 상승한 데 대해 이 같이 경고했다.

보툴리눔톡신제제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주사한 부위 근육에 힘이 안 들어가도록 한다. 국내에서는 미간주름 개선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지난달 들어선 이후 이달 12일까지 메디톡스는 24.81%, 휴젤은 15.21%, 제테마는 41.50%, 파마리서치는 9.93% 등 대부분 보툴리눔톡신제제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의 봉쇄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보인 데 따라, 중국의 미용의료 시장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부푼 영향으로 보인다.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 이외의 미용 의료 테마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A씨는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원료 격인 균주 출처 분쟁에 따른 소송 결과 △균주 출처 관리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의 국내 유통 혐의에 따른 규제당국의 제재 등 이벤트가 일부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의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막바지 치닫는 균주 출처 분쟁, 어느 쪽이 다칠까

우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인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보툴리눔톡신제제 업계의 선발 주자인 메디톡스, 메디톡스 이외 상당수 보툴리눔톡신 기업들 중 한 쪽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공정기술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주장하며 국내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국내 민사소송의 결과가 오는 16일 나올 예정이었지만, 선고 기일이 내년 2월로 연기됐다.

A씨는 “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 대웅제약 외에도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들에 대해 메디톡스가 비슷한 소송을 제기해 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디톡스는 올해 3월 ‘휴젤이 메디톡스의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해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개발·생산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휴젤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웅제약을 상대로도 수년 전 비슷한 소송을 제기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ITC의 판단을 받아낸 바 있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들로부터 로열티 등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한 바 있다.

반면 민사소송에서 대웅제약이 승소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요구당할 가능성이 있다. 메디톡스가 국내 수사기관에 대웅제약을 형사고발한 데 대한 수사 결과는 대웅제약에 대한 무혐의 처리였기에, 대웅제약이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균주 출처와 관련된 또 다른 악재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꼽혔다. 보툴리눔톡신은 1g만으로 최대 2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이지만, 이전까지는 이를 국가가 감독한 법·규범이 명확치 않았다.

A씨는 “개정안에 포함된 생물테러감염병원체 감독·관리 강화 조항은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이 균주의 염기서열을 질병관리청장에게 제출하도록 한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기한 내에 염기서열을 제출하지 않으면 보유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산 보툴리눔톡신제제 제조업체 중 메디톡스와 제테마 등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 보툴리눔균의 출처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행정소송 이길 유인 작은 메디톡스가 판례 만들 수도"

잘 나가던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 중 일부의 주가를 최근에 짓누른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의 국내 유통 혐의에 따른 품목허가 취소 악재도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때까지 품목허가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으로 인용받아 제품의 생산·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행정소송의 결과를 받아 판례를 만들 메디톡스가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디톡스는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을 국내에서 유통했다는 혐의와 별개로 의약품의 시험성적 조작, 무허가 원액을 활용한 제품 생산 등의 혐의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중복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들에 대해서도 메디톡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품목허가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으로부터 인용받았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의 국내 유통 혐의에 따른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대해 다투는 소송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메디톡스의 잘못이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며 “나머지 사안에 대한 행정소송에서도 모두 이기지 못하면 메디톡스는 주력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를 유지할 수 없는데, 국가출하승인 미승인 제품의 유통 혐의 관련 소송에 힘을 쏟을 유인이 큰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