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장을 달궜던 '위믹스 상장폐지 쇼크'와 'FTX 사태' 등의 여파가 게임 펀드로도 번졌습니다. 미국 금리인상 둔화 기대감과 맞물려 하반기 반등 흐름을 보이던 게임주의 분위기가 다시 냉각모드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펀드런'(펀드에서 자금을 대거 빼는 일)보다는 '저가 매수'로 대응에 나선 모습입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믹스의 상장폐지 통보 이튿날인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의 국내 게임 관련 ETF 5종의 수익률은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 기간 기준 증시에 상장된 ETF 총 647개 가운데 'TIGER K게임'(-11.14%)과 'KBSTAR 게임테마'(-11.13%)가 하락률 2위와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밖에 'HANARO Fn K-게임'(-9.37%), KODEX 게임산업(-9.27%), TIGER KRX게임K-뉴딜(-7.57%) 등도 각각 8, 9 ,19위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종목은 적게는 3%, 많게는 7% 수준으로 위메이드를 비중 있게 담고 있는데요. 중소형주를 높은 비중으로 담은 ETF일수록 하락률이 컸습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법원의 상장폐지 결정이 있은 뒤 지난 8일부터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코인 거래소에서 퇴출당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맞기 전까지 게임 ETF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대두된 가운데 올 10월 중순께부터 반등세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위믹스 소식 이후 방향을 꺾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돈버는게임(P2E) 코인으로 알려진 위믹스가 퇴출 수순에 접어들면서, 게임회사들의 P2E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게임 ETF가 7~11%가량 빠진 10거래일간 위메이드는 무려 46.5% 급락했습니다. 이 와중에 ETF의 장점인 '손실 방어' 효과는 나타났지만, 어쨌든 한 종목으로 비롯된 손실은 손실이었습니다.

특징적인 건 사건사고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 ETF들을 사모으고 있단 점입니다. 게임 ETF 5종의 수급을 살펴보니 이달 들어 개인은 'TIGER K게임'을 2억6500만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다른 4종도 모두 개인이 매수 우위를 보였습니다. 이를 두고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가격이 많이 내린 상태여서 저가 매수해 놓으려는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게임주의 관건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인데 내년부턴 두 부문이 대형사들 위주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개인들의 순매수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의 향후 전망을 분석하지 않고 저가 매수만을 앞세운 투자방식은 피하고, 매매 시엔 가급적이면 이슈의 중심에 선 기업들을 덜 담는 것이 좋다는 조언입니다.

안진우 NH아문디자산운용 ETF전략팀 부장은 "P2E나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형사가 많다. 상장돼 있는 게임 ETF들의 종목 편입비중이 각각 다른 만큼 중소형사와 대형사 비중을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ETF 투자 전 지수방법론이나 투자설명서, 자산구성내역(PDF) 등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저가 매수가 주된 목적이 돼 접근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 ETF들의 경우 특히나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어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