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8일 서울 세종대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8일 서울 세종대로 신한금융 본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61)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100년 신한’을 위한 바닥을 다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자산 700조원에 임직원 2만4000여 명을 둔 신한금융그룹 수장으로 낙점된 진 내정자는 핵심 가치로 ‘고객 중심’을 강조했다.

진 내정자는 8일 신한금융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로 선정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재무적 이익보다는 기업이 사회에 필요하고 오래 가기 위한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신한금융의 최우선 과제로는 ‘고객 신뢰 회복’을 꼽았다. 그는 “믿고 거래해주신 많은 고객에게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큰 상처를 드렸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일본 SBJ은행 설립 주역

700兆 금융그룹 이끌 '고졸 신화' 진옥동 "100년 신한 바닥 다질 것"
‘고졸 신화’ ‘오케이 진’ ‘돈키호테’. 진 내정자를 표현하는 키워드다. 그는 전북 임실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고졸 행원으로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2년 신한은행이 창립되자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겨 인력개발실과 여신심사부, 국제업무팀장 등 인사, 영업, 글로벌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다.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18년간 일본 현지 근무를 통해 재일동포 주주들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오사카지점장을 거쳐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은 외국계 은행이 현지법인 면허를 받아 운영하는 곳이 씨티은행과 SBJ은행 단 두 곳뿐일 정도로 금융업 문턱이 높다. SBJ은행이라는 이름도 진 내정자가 후보 10개를 만든 뒤 신한은행 창업주인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택을 찾아 낙점받았다.

진 내정자는 2015년부터 SBJ은행 법인 대표를 맡아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SBJ은행은 신한은행 글로벌 수익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진 내정자에 대해 “글로벌 확장과 성과 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진 내정자는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상무급인 일본 법인장에서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석 달 만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올랐다. 2019년부터는 신한은행장을 맡아 ‘리딩 뱅크’ 자리를 단단히 해왔다.

진 내정자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에 이어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두 번째 ‘1960년대생’ 회장이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한국 금융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유연한 미래 대응력 높이 사”

진 내정자는 자신을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에 비유한다. 엉뚱하고 가끔은 무모해 보이는 발상도 꺼리지 말고 도전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철학에서다. 이달부터 전국 2500개 우체국 창구에서 수수료 없이 4대 은행 입출금 업무가 가능해진 데도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은행 영업점 폐쇄에 따라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체국과 은행의 업무 제휴를 금융당국과 업계에 건의했다. 신한은행이 올 1월 은행으로선 최초로 출시해 업계 4위까지 올라선 배달앱 ‘땡겨요’도 진 내정자가 강단 있게 추진한 결과물이다. 그는 당시 사업 실패를 우려하는 이사회를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설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 내정자는 탁월한 친화력과 경영 능력, 소탈한 품성으로 임직원과 주주의 신임이 두텁다”며 “변화에 도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리더십을 통해 신한금융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했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1961년 출생
△덕수상고, 중앙대 경영학석사
△1986년 신한은행 입행
△2008년 일본 오사카지점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2019년 신한은행장


빈난새/이소현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