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USA’ 반도체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TSMC와의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 공장 부지에서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은 지난달 30일~이달 2일 현지 근로자 채용 행사도 열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2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오스틴시 1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테일러시를 부지로 낙점했다. 2024년부터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칩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공장부터 먼저 짓고 장비를 넣는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미국 내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최근 삼성전자에선 ‘TSMC에 선수(先手)를 빼앗겼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에 반도체업계 거물들까지 참석한 TSMC의 장비 반입식이 성황리에 열린 것을 보고 나서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 초청 일정, 이재용 회장의 출장 스케줄 등을 조율하느라 착공식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 업계에선 내년 1분기엔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전자는 7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산업기술 R&D(연구개발)대전’에서 최고 영예인 기술대상(대통령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기계·바이오 등 대한민국 산업을 견인해온 혁신 기술을 선정해 시상한다.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14나노(㎚) 공정 기반 D램 메모리(D1a)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다. D1a는 멀티 극자외선(EUV) 기반 패터닝 기술과 새로운 셀 트랜지스터 및 커패시터 소자로 구현한 초고속·고용량 D램이다.삼성전자는 D1a 개발 과정에서 141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이끌어갈 국가 산업재산권에 기여했다. D1a 양산을 위해 경기 평택사업장에 10나노 4세대 D램 양산 라인도 새로 건설했다. 이를 통해 수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협력사 성장도 견인했다.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부사장)은 “앞으로도 세계 1등 D램 전통을 이어갈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금탑산업훈장은 세계 최고 성능의 모듈화 기반 3세대 차량 플랫폼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로 자동차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현대자동차 김봉수 상무이사에게 돌아갔다. ‘억 화소 이미지 센서’ 양산에 기여한 홍영기 삼성전자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파운드리 YE(수율개선)팀장(부사장)은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이번 행사는 산업부가 지원한 우수 R&D 성과물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149개 기관·기업이 참가했으며 9일까지 열린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내년 기업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최대 8%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감소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여건까지 팍팍해지고 있어서다. 내년 ‘투자 절벽’이 고용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3.1%)을 포함한 5개 국내외 기관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2.8%(평균)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0.7%)을 제외한 노무라증권(-8.2%) 한국금융연구원(-3%) 산업연구원(-0.3%) 등은 모두 투자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치로, 올해(한은 전망 -2.0%)에 이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절반가량은 내년 투자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48%가 “계획이 없다”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내년 설비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과 관련이 크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조원 안팎으로 삭감하기로 했다.기업 재고자산이 지난 9월 말 기준 180조원을 넘는 등 사상 최고로 불어난 것도 신규 투자를 줄이게 하는 요인이다. 창고에 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새 설비를 들일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수출과 판매가 꺾일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한국의 수출이 올해보다 4%(276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가 정체되고 있다”며 “내년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