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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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잉여현금을 넉넉히 쥔 기업들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현금보유량이 많을수록 향후 신규투자와 자사주 매입 등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생길 수 있어서다.

7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 합산액은 약 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2조1000억원으로 이미 다수 기업들의 여유자금이 사라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105조8000억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투자액, 영업비용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부 기업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 이후 단기 주가 하락을 겪는 사례도 빈번히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를 거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 통상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2일 유상증자 신주 상장을 앞두고 하루 만에 주가가 11.29% 폭락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넥신도 지난달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행가액도 함께 조정돼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1000억원 대에서 899억원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질수록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금보유량이 많은 기업은 향후 신규 투자,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 주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이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최근 4개 분기 잉여현금흐름 합산액과 시가총액 비중을 비교한 결과 시총 대비 현금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오리온홀딩스(42.9%)로 나타났다. 이어 기아 31.4%, 롯데정밀화학 26.5%, DB하이텍 24.0%, 더블유게임즈 23.3% 순서였다. BGF리테일(12.3%), 영원무역(12.6%), 한화시스템(11.2%) 등도 잉여현금흐름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시총 3000억원 이상) 가운데서는 휴마시스가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중이 5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희건설 31.4%, 인탑스 27.7%, 씨젠 21.9%, 골프존 17.0% 등 순서였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보다 현금을 쥔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