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24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내년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외국인 자금이 다시 중화권 증시를 향하면서 국내 증시를 짓눌렀다. 올해는 ‘산타랠리(연말 연초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어마켓 랠리 끝나나
6일 코스피지수는 1.08% 하락한 2393.1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달 8일(2399.04) 후 약 한 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60억원, 308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예상외로 견조한 미국의 경제 지표가 발표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최종 금리 수준이 예상치보다 상향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이 컸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로 시장 전망치(53.7)는 물론 10월(54.4)을 웃돌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최종 금리 수준이 연 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의 독재를 우려해 중국을 빠져나가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턴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10~1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넘게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팔자(7620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 소식이 전해진 뒤 외국인은 중국 증시에 투자하고 한국 증시에선 돈을 빼는 현상이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각각 930억원, 7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2830억원)와 삼성전자(1760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산타랠리가 찾아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월 말부터 11월 11일까지 42일간 이미 15% 상승했다. 올 들어 나타난 반등세가 모두 10% 수준을 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장 강한 반등이었다. 이후 8월 고점(2546)을 넘지 못하고 박스권으로 접어들었다.
지수가 두 달간 반등하면서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도 이미 저평가 국면을 벗어났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의 차익실현 압박이 커지는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추가 상승 시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소화하기 전까지 당분간 증시는 박스권 수준의 등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FOMC 전까진 지수 방향성을 추종하는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한한 푹 베트남 주석 만나 협력 강화 논의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베트남 투자 확대에 나섰다.6일 재계와 베트남 국영뉴스통신(VNA) 등에 따르면 전날 권봉석 LG 부회장은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났다.이 자리에서 LG그룹 측은 스마트폰 생산 허브 건설 등을 위해 베트남에 40억달러(약 5조원)를 추가로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LG그룹은 베트남에 가전, 카메라, 전장 부품 등의 생산을 위해 지금까지 베트남에 53억 달러를 투자했다.삼성은 작년까지 베트남에 182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 말까지 20억달러가량을 더 투자해 투자액을 2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푹 주석을 만나 이 같은 계획을 전달하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최대 생산 기지다.또 삼성전자는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2천만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다.한 부회장은 이 R&D 센터가 곧 완공돼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밝혔다고 VNA는 전했다.조현준 효성 회장도 이날 푹 주석을 접견하고 베트남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그는 "앞으로 전 사업 분야에서 친환경 스마트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등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와 협력 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효성은 200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총 35억달러를 투자했다.아울러 이날 푹 주석 방한을 계기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는 대한항공-베트남항공의 항공 노선 협력 협약 등 양국 기업들 간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전자 계열사가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 ‘뉴 삼성’에 어울리는 진용을 구축하기 위해 직급이나 연차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했다는 설명이다. 37세 최연소 상무 발탁삼성전자는 부사장 59명, 상무 107명, 펠로 2명, 마스터 19명 등 총 187명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3년 정기 임원 인사’를 6일 단행했다. 지난해 198명(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 1명, 마스터 16명)보다는 승진자 수가 소폭 줄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대 부사장(17명)과 30대 상무(3명) 등 젊은 리더들을 중용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인 문성훈 부사장(48)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갤럭시S 시리즈, 폴더블폰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정원 DS(반도체)부문 시스템LSI사업부 모뎀개발팀 부사장(45)은 올해 신임 부사장 중 가장 젊다. 이 부사장은 모뎀 시스템 전문가로 모뎀 알고리즘 개선 및 설계 최적화 등을 통해 5세대 모뎀 성능을 향상하고 모뎀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올해 최연소 승진자는 배범희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하드웨어기술그룹 상무(37)다. 배 상무는 세계 최초 RF(무선 주파수를 방사해 정보를 교환하는 통신 방식) 신호 전송 등 미래 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성과주의…세대교체 속도여성 임원 승진자도 9명 탄생했다. D램 공정개발 전문가인 이금주 DS부문 반도체연구소 D램 공정개발팀 부사장(51), 스마트TV 기반 앱스토어를 기획한 안희영 DX부문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PM그룹 상무(46) 등이 눈에 띈다.외국인 임원 승진자는 2명이었다. 저메인 클라우제 VD사업부 상무(40)는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TV 매출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전략실 출신 우수 외국인 인재를 전략적으로 현장에 배치해 글로벌 사업 확장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여성·외국인 신규 임원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원칙으로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면서 창의와 도전 정신을 갖춘 인재들을 전진 배치했다”며 “과감하게 새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 등도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토대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SDI는 차세대 제품 로드맵 구축에 성과를 낸 40대 여성 임원 고주영 중대형전지사업부문 마케팅담당 상무(45)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선 조성호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A개발팀장(46)과 손동일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 YE(수율개선)팀장(47)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이 중 손 부사장은 차세대 대형 패널인 QD-OLED 양산 수율 목표를 조기 달성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정기 인사의 키워드는 ‘성장 잠재력’과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관련 업계에선 젊고 유능한 젊은 리더를 두루 발탁해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관련인사 A31면정지은/배성수 기자 jeo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고른 것이다. 고유가로 호황기를 맞은 중동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중동에 체류하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8일 예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의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Barakah)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다. 그가 중동 지역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2019년 9월 추석 연휴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사업이다.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12년 건설을 시작해 10년 이상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바라카는 ‘신의 축복’이란 뜻이다.이날 이 회장은 3·4호기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20~30대 직원들을 만났다. 고유가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이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자”고 말했다.현재 중동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7.6% 증가해 1조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UAE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높은 5.4%로 예측했다.지갑이 두둑해진 중동 국가들은 차세대 스마트 도시 개발 같은 초대형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민간 투자 규모만 1500조원이 훌쩍 넘는 사우디의 ‘비전 2030’ 프로젝트, 아부다비의 420조원 규모 첨단 미래산업 육성 정책 ‘경제비전 203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계열사들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건설 인프라 관련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동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계획이다.이 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중동 정·관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 계열사들의 사업 수주를 총력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핵심인 ‘네옴시티’ 건설 관련 의견을 나눴다. 이번 출장에선 이 회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마스다르 시티’에 대해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