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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가 자체로 호재’이던 때도 “올해 초 행사 때도 행사에 앞선 선행매매 나서지 않아” “데이터 좋은 기업 주가 하락하면 매수 기회 삼을 것”
“내년 초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할 준비는 하고 있지만, 과거 계절적으로 나타나던 행사 개막 전의 주가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식 시장에 자금이 많지 않은 데다, 바이오 섹터로 자금이 들어오기도 힘든 환경입니다.”
연초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한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중견 바이오기업 IR담당 임원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내년 1월9일(현지시간) 개막할 예정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매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투자행사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모이기에 기술을 사고파는 큰 장이 열린다. 이에 행사 개막을 앞두고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현장 발표가 예정된 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기대감에 랠리를 보이기도 하면서 ‘참가 자체가 호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A씨는 “참가 기업이 확정돼 주식시장에 알려지더라도 이번에는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중이라 기관도 여력이 없을 거고,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예금으로 옮기고 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설령 행사를 앞두고 미리 종목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영향력은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A씨 생각이다. 그는 “이벤트를 앞두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 매매의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바이오 종목에 대해서는 보수적 잣대로 신용거래의 담보 비율을 인정해준다. 또 미수 거래의 경우 바이오 종목은 2~3달 전부터 증권사들이 막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았을 때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비롯한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 매매에 나서기도 했다는 펀드매니저 B씨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앞두고서도 선행적으로 참가 기업의 주식을 바스켓으로 담는 매매는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좋은 데이터를 발표한 기업이 있는지 살펴보고, 후행적으로 매매할 기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통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참가 기업들은 행사 종료 전후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지만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인 이후로는 이벤트 전의 오름폭은 작아지고, 이후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B씨는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음 글로벌 학회·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대감이 많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기술 거래라든지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역시 “투자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며 “예전엔 차익실현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이 행사 종료 직후 시작됐지만, 이를 간파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는 시점을 점점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투자자가 기대하는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가 나올 가능성도 과거보다는 작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작년엔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별로 없었다”며 “올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이 작년 대비 줄었고, 미국에서의 기술거래도 과거 수준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의 재무 불확실성이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C씨는 “내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 섹터 주가가 좋을 때 발행됐던 전환사채(CB)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아무리 리픽싱(전환 가격 재조정)을 해도 현재 주가보다 비싸다 보니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점이 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B씨도 “자금조달 이슈가 없는 기업들은 발표하는 데이터를 좀 볼 수 있겠지만, 재무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기업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에 나선다고 해도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가 어벤져스가 처음으로 뭉쳤다!한국경제신문이 새로운 강세장을 준비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베스트 애널리스트와 함께 하는 2023년 주식시장 전망'을 주제로 '한경 마켓PRO 투자스쿨'을 개최합니다. 각 분야별 최고로 선정된 애널리스트들이 강사로 나서 내년 증시 및 각 업종 전망과 톱픽을 제시합니다. 5일부터 15일까지 총 20개의 강연 영상을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한경닷컴(hankyung.com/marketpro/investingschool)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한경 마켓PRO투자스쿨의 7일 강연은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이 큰 업종의 투자전략으로 채워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와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가 각각 반도체와 전기전자 업종의 내년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한경 마켓PRO 투자스쿨 바로가기우선 최도연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 회복의 전제는 전방업체 재고 소진과 매크로 회복이다. 최 연구원은 "2016년 반도체 고객사 오더컷이 이뤄진 뒤 2개분기 이후, 2018년엔 3개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돌았다"며 "올해 반도체 오더컷은 지난 3분기에 이뤄진 만큼 내년 2분기엔 전방업체 재고가 다 소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방업체 재고가 소진되고 매크로 회복까지 전제되면 내년 상반기는 반도체를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발 반도체 치킨 게임에 대해선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모두 공급을 줄이고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설비투자(Capex)를 마냥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짚었다.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도 전기전자 업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LCD 업체의 가동률이 지난 8월 이후 증가하면서 내년에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PC는 코로나19 수요가 급격히 확대된 이후 최근 축소되고 있고, 스마트폰 출하량도 금리 인상에 따라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전년 대비 0.6%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다만 아이폰 판매 확대 수혜를 입을 종목, 전장사업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종목들은 내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최선호주로 삼성전자와 LG이노텍, LG전자를 꼽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아이폰14 프로 판매로 OLED 점유율이 늘어나며 내년도 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21%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LG이노텍도 아이폰14 프로 수혜가 기대되며 전장 부품 사업이 올해 흑자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라며 "LG전자 역시 전장부품 사업이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향후 흑자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엔데믹'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역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후발 플랫폼인 '나만의 닥터'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메라키플레이스가 운영하는 나만의 닥터는 비대면 진료, 약 배달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이다.손웅래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는 6일 한경 긱스(Geeks)와의 통화에서 "나만의 닥터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론 후발주자이지만 거래액 기준 업계 1위"라며 "앱 이용자의 의료비 결제 거래액이 연초 대비 1300% 증가했다"고 말했다. 거래 건수 역시 연초 대비 2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6배가량 늘었다.메라키플레이스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선재원 대표와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 출신인 손 대표가 2018년 8월 공동 창업했다.이들은 빠른 외형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이용자 리텐션(유지)에 집중했다. 투자 호황기에 대부분의 플랫폼이 대규모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앱 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손쉽게 넘겼지만, 투자 혹한기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플랫폼의 성장 동력이 주춤해졌다. 반면 나만의 닥터는 처음부터 탈모, 다이어트부터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까지 주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는 환자를 겨냥해 마케팅을 펼쳤다. 덕분에 앱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처방을 받는 실제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거래액을 늘릴 수 있었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비대면 의료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의사의 이탈을 막는 데 있다. 나만의 닥터는 환자가 남긴 재진 희망률을 의사의 경쟁력 지표로 활용하도록 했다. 의사·약사·환자의 필요를 고루 충족시키는 서비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회사는 의료진 편의를 도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데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의료진이 이용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62억 프리 A 투자유치 성공메라키플레이스는 꾸준한 성장세 덕분에 투자 혹한기 속에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메라키플레이스는 지난 10월 62억원 규모의 프리 A 단계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1월 시드 투자를 받은 이후 약 9개월 만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총 72억원이다.이번 투자는 시드 투자자였던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주도했다. KB인베스트먼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코웰인베스트먼트, 테일, 굿워터캐피탈 등의 국내외 벤처캐피탈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스프링캠프와 패스트벤처스도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투자를 주도한 양형준 베이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은 “코로나 안개가 걷히자 비대면 의료 플랫폼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며 "메라키플레이스는 환자와 의료진의 니즈를 고루 충족시키는 서비스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진단업체 바이오노트의 기업가치 산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엔데믹(풍토병)에 접어들었는데도 코로나19로 높아진 몸값을 기업가치에 그대로 반영해서다.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노트는 올 3분기 누적 매출 4569억원 가운데 약 89%인 4057억원을 바이오콘텐츠 사업에서 올렸다. 코로나19 등 신속항원 진단키트 반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팬데믹 이전엔 연매출이 80억원 안팎이던 사업이다.코로나19로 매출이 급증한 덕분에 본업인 동물용 진단사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는 3조5887억원으로 평가됐다. 동종업계 기업 10곳이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를 감안한 결과다. 주당 가치는 3만4284원으로 나왔고 할인율을 적용한 최종 희망 공모가는 1만8000~2만2000원을 제시했다.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매출 감소 전망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교 대상 기업도 코로나19 덕분에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곳들이다.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서라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매출은 100년에 한 번 올 법한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매출”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기계적으로 기업가치를 매기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매출의 대부분이 관계사와의 내부 거래라는 것도 논란이다. 바이오노트가 올 들어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의 81.9%는 이 회사가 2대 주주로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2020년에는 이 비중이 91.1%에 달했다. 바이오노트가 2020년 88.4%, 지난해 75.5%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둔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바이오노트가 상장되면 일부 벤처캐피털은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될 전망이다. 인터베스트는 2017년과 2019년 주당 1500원과 3000원에 바이오노트에 투자했다. 브릭인베스트먼트도 주당 3000원에 투자했다.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