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문정희 KB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켓PRO] "달러는 더 약해지고, 원·달러 환율은 더 하락할 것"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하로 내려왔다. 불과 1개월 전에만 해도 1,400원대를 넘어선 바 있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100원 이상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원화의 강세와 미 달러화의 약세가 동반되었기 때문인데, 달러화를 보여주는 달러화 지수 (DXY)는 11월 초 111pt에서 최근 104pt까지 약 6% 급락했다. 올 한 해 국제외환시장에서 기조적 흐름을 보였던 ‘킹 달러’가 11월 한 달 동안 크게 꺾인 것이다.

이렇게 달러화가 단시일에 급격히 하락한 배경은 세 가지로 판단된다.

첫째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였다. 지난 11월 10일 발표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및 전년동월대비로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로써 미국의 물가상승압력은 지난 3분기가 고점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리고 앞으로 물가상승압력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물가상승압력이 둔화되고 있음은 그 동안 물가안정을 목표로 금리인상 속도를 높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일부 연준 인사들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을 논의할 시점이 왔다고 주장했으며, 11월 FOMC 의사록에서도 ‘상당 수의 위원들’이 긴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물가상승압력의 약화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에서 완화로 정책 전환 (pivot)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있어 위험자산에 대한 심리를 회피에서 선호로 바뀌는 동력이 된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시장의 유동성이 더 감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반등과 글로벌 증시에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의 달러화가 선호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정책 전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정책 전환을 위해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장기 성장률)을 하회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는 장기 성장률 수준인 1.8%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에는 1%를 하회할 전망이다.

둘째는 고용인데, 아직까지 미국 고용지표는 양호하다. 하지만 그 동안 금리인상을 가속했고, 최근 발표되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 주택경기 지표 등은 더욱 부진하다. 고용지표가 경기에 후행지표라는 점에서 미국의 고용지표는 내년 1분기부터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물가상승압력이 하락하는 신호가 확인되어야 한다. 아직은 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7%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나, 내년 1분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6% 이내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감안하면 연준의 정책 전환은 내년 1분기가 유력하며, 고용과 물가지표에 따라 그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조금 더 늦춰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의 최종 목표금리는 5.0%에서 5.25%가 될 것이며, 오는 12월 FOMC 회의에서 0.50%p 금리를 인상한다면 남은 금리인상 폭은 0.50%p에서 0.75%p 수준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연준의 정책 전환 임박,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 완화 등은 달러화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수록 연준의 정책 전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으며, 오히려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유로지역이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거나, 예상치 못한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하게 될 경우, 특히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어 중국의 봉쇄 조치가 더 강화되는 경우 달러화가 덜 약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올 한 해 달러의 강세를 이끌었던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달러의 중기 사이클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달러는 더 약해질 것이고, 달러·원 환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