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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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 같이 오르고 업황이 꺾일 때 함께 떨어졌다. 최근 들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채와 현금 규모가 ‘디커플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복 더딘 SK하이닉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난 9월 29일 저점 대비 14.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0.25% 오르는데 그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1% 내린 8만1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한 달 하락세를 거듭하며 전 저점(8만400)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한 것은 금리 급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데 회사의 부채 규모와 현금 보유고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은 128조1622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은 10조7920억원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연 6조원(이자율 5% 가정)에 달하는 현금을 이자로 벌어들이고 있다. 시가총액(360조원) 대비 현금 비중은 36%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차입금이 22조214억원으로 삼성전자의 두 배가 넘는다. 보유 현금은 5조2874억원이다. 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6조7340억원이다. 이자율 5%를 가정할 경우 이자 비용으로만 연 84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적자 전환 전망”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SK하이닉스는 내년 2984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작년 9조6162억원이었던 순이익이 11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은 26조730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8% 감익하지만 2020년(26조908억원)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 가치가 올라가면서 시가총액의 36%에 달하는 현금 보유고가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치킨게임’이 벌어질 경우 1위인 삼성전자도 타격을 받지만 2위인 SK하이닉스는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적 관점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레버리지 종목’ 성격을 띠었다. 내릴 때는 더 내렸지만, 오를 때는 삼성전자 상승폭의 두세 배에 달했다. 업황 회복이 예상될 때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에 베팅하는 기관들이 많았던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급이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 삼성전자를 46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2위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304억원(순매도 1위)팔아치웠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3616억원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는 462억원 사는데 그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