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엽 업라이즈 대표가 최근 서울 역삼동 업라이즈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가 최근 서울 역삼동 업라이즈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3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8600명 시대.'

이른바 '슈퍼 부자'들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 판매 수수료를 취할 수 있는 '큰 손'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표 지점을 확장이전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전통금융사들의 '초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을 두루 활용해 자동화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업라이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AI)이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자산 배분을 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에는 교보악사자산운용 헤지펀드 매니저와 SK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친 이효석을 비롯해 KB증권 거시경제 애널리스트 출신의 김두언, 하나증권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 출신의 채상욱 등을 잇따라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서울 역삼동 소재 업라이즈 본사에서 만난 이충엽 대표와 김두언 MFO 총괄은 "은행과 증권사가 독점하고 있는 고액자산가 대상 재테크 시장의 아성을 무너뜨려 보겠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여러 가문 겨냥한 '멀티패밀리오피스'…헤이비트·든든 활용

업라이즈의 사업은 여러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멀티패밀리오피스'(MFO)가 핵심 사업모델이다. MFO란 여러 가문에 기관투자자급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가문별로 자산이 여러 세대에 보존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해 주는 것이 주 목적이다.

타깃은 아직 미미해 보이지만 보유자산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일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국내 초고액자산가는 작년 기준 8600명 수준으로 직전 해 대비 10.26%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1348조원으로 가계 총 금융자산의 27.4%다.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는 총 3만1000명인데, 이들의 보유 금융자산은 544조원으로 집계됐다.

업라이즈는 이들을 겨냥하기 위해 두 서비스를 활용한다. 디지털자산 재테크 서비스인 '헤이비트'(Heybit)와 자회사인 '업라이즈투자자문'(옛 이루다투자일임)을 통해 운영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든든'(DNDN)이다. 현재 기준 헤이비트의 누적 거래액은 60조원가량이다.
코인·전통자산 모두 투자…"다음 세대까지 전담해요"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왼쪽)와 김두언 업라이즈 MFO총괄이 최근 서울 역삼동 업라이즈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왼쪽)와 김두언 업라이즈 MFO총괄이 최근 서울 역삼동 업라이즈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들의 MFO 서비스가 증권사와 은행들이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자산관리(WM)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더해 대안자산으로서의 '디지털자산'을 고루 활용해 자산을 굴려준다는 점이다. 각 자산에 대한 관리 서비스는 많았지만 두 자산을 혼용한 방식은 시장에서도 드물다.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와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기존 금융권에선 투자 포트폴리오에 디지털자산을 편입하지 않고 있다. 코인 등에 대한 고객 수요가 아직 크지 않은 점도 이들 금융사가 소극적 행보를 펴는 이유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 부자 42만4000명 중 디지털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이들의 비중은 7.8%로 전년(8.8%) 대비 1%포인트 줄었고, 투자했다가 현재 그만둔 이는 전년보다 6.3%포인트 늘어난 10.8%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 총괄은 시각의 차이일 뿐 수요는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는 시기에도 8% 안팎의 부자가 디지털자산에 주목하는 데서도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총괄은 "디지털자산이 전통자산을 압도할 것이라곤 생각 않는다"면서도 "주식과 채권을 벗어난 기타자산에 대한 수요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루나 사태와 FTX 사태 등 일련의 악재를 주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향후 중장기적인 시장 전망을 꾸준히 연구하고 대응하는 모습도 분명 포착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두 번째 차별화 지점은 해당 고객의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기존 초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에서 나아가 자녀 등의 이후 세대가 세금과 지배구조, 법률, 회계 등 총체적 가문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무리 없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 이를 전담하는 '재테크 전문 인플루언서팀'도 꾸렸다. 거시경제와 주식, 부동산, 디지털자산 등 자산군별 전문가가 나서 투자·세무·법률 컨설팅을 해주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일부 기존 금융권에서도 가업 승계 지원을 포함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코인 등 대안자산도 적극 활용하면서 이같은 투자활동을 자동화한다는 것이 업라이즈의 다른 점이다. 여기에 부과할 수수료 체계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보유자산 등 고객 수준에 비례해 대가를 받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아직 자산관리 컨설팅 등 무형자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데 인색한 분위기입니다. 때문에 기존 은행과 증권사들의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를 보면 개별 상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식의 사업모델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방식이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행을 깨보려고 해요. 연속성 있게 개인과 그 가족을 전담 관리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여서 컨설팅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죠." (이 대표)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