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도시에서 시작된 '제로 코로나' 완화 조치가 산둥성과 후베이성 등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기대에 위안화와 중화권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를 잇달아 개최한다. 본격적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확산하는 '위드코로나' 정책

산둥성과 후베이성, 저장성은 5일부터 대중교통 이용이나 공공장소 출입 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동안 제로 코로나 기조 아래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PCR검사를 1~3일에 한 번은 받도록 강제해 왔다. 이를 폐지하는 것은 감염자를 예전처럼 철저히 찾아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대 직할시를 비롯해 광둥성의 광저우와 선전, 쓰촨성 청두, 허난성 정저우 등 인구 2000만명에 육박하는 대도시들이 먼저 PCR검사 제출 의무를 철폐했으며, 이 조치가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다.

중국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전날 2만917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3만8808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7일 연속 감소세다. 방역 정책 완화와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매체 재일재경은 정부 내에서 코로나19의 전염병 등급을 '갑(甲)류'에서 '을(乙)류'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갑류와 을류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가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를 강제로 격리할 수 있느냐 여부다.

시장의 관심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잇달아 개최하는 주요 회의로 쏠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을 위시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24명은 8일께 20대 지도부 구성 이후 첫 회의를 연다. 중앙정치국 회의는 한두 달에 한 번 열리며, 12월 회의는 통상 이듬해 경제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결정한다.

이어 다음 주에는 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된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는 중앙위원회 급인 성·시 당서기, 국무위원, 국유기업 수장 등이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들을 통해 중국 지도부가 제로코로나 대신 '선별적 방역'이라는 키워드를 채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염병 통제와 경제 발전의 균형'에서 '성장 우선'으로 선회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중화권 증시 3달 만에 최고치

각 지방별로 위드코로나로 가는 구체적 조치가 나오자 금융시장도 화색을 보였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장중 위안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가량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한 달러당 6.9511위안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위안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19일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홍콩 역외시장에서도 1.16% 하락한 달러당 6.9349위안의 최저치를 보였다.

UBS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해외 금융사들은 위안화 가치가 당분간 소폭 등락을 반복하다가 내년 하반기 위드코로나가 정착되고 중국 경제가 반등하는 모습을 확인하면 강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장중 3.74% 급등한 19,374.47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초 이후 3달 만에 1만9000선을 회복했다. 텐센트(6%), 알리바바(5%), 징둥닷컴(7%) 등 대형 기술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55% 오른 3204.84로 마감하면서 석 달 만에 3200선을 회복했다. 선전성분지수도 0.68% 상승했다. 외국인은 이날 본토 증시에서 50억위안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5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