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향후 3년(2023~2025년) 매출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미래 전망은 ‘의욕치’까지 담겨 낙관적인 게 보통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위기감이 매출 전망 속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TV 불황에 LGD 매출 감소

LGD·LG유플 "향후 3년 연평균 매출 증가 어려워"
2일 한국경제신문은 LG그룹 주요 6개 상장사의 ‘브랜드 수수료’ 관련 공시를 분석해 각 기업의 향후 3년(2023~2025년) 연 매출 전망치 평균을 집계했다.

LG 계열 상장사들은 최근 공시를 통해 향후 3년간 지주사에 낼 브랜드 수수료(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2%) 전망치를 공개했는데, 이 수치를 역산하면 매출(광고선전비 제외) 전망치를 계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2개 상장사는 향후 3년간의 자사 연평균 매출이 지난해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LG디스플레이의 2023~2025년 연평균 매출 전망치는 27조8167억원으로 지난해(29조7517억원) 대비 6.5% 적다. TV 시장이 상당 기간 침체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란 예상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실적 전망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의 향후 매출도 1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13조6068억원) 대비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 서비스,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적극 확장해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LG그룹 간판 계열사인 LG전자의 향후 3년 연평균 매출 전망치(LG이노텍 제외)는 63조6333억원이다. 지난해(59조7409억원)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LG전자 매출이 2021년 21.6% 증가했고 2022년 9.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을 감안할 때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TV 시장이 경기 침체와 소비 불황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믿을 건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LG이노텍은 뚜렷한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3년 연평균 매출로 34조45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17조8519억원) 매출 대비 92.9%, 올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25조2819억원 대비 36.2% 급증한 수치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는 LG화학의 매출(LG에너지솔루션 제외) 증가세도 가파를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1조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24조7660억원 대비 25.3% 많다.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가파른 매출 증가 전망의 근거로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974만 대에서 2025년 2172만 대로 약 2.2배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기차(BEV와 PHEV)에 사용되는 배터리팩의 글로벌 시장 규모도 올해 750억달러에서 2025년 1590억달러(약 200조7900억원)로 약 2.1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센서, 반도체 기판 등의 사업을 하는 LG이노텍의 향후 3년 기상도도 ‘맑음’이다. 지난해 14조9456억원이었던 매출이 향후 3년간 연평균 22조183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전기차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에서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스마트폰과 전장 부품 관련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