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장외 주식은 ‘긁지 않은 복권’으로 불렸다. 핀테크, 바이오 등 유망 사업을 하는 회사 주식을 사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장 추진 소식이 들렸다. 상장 전부터 주가가 들썩였다. 발 빠른 투자자는 단기간에 쏠쏠한 수익을 챙겼다. 성공 사례가 쌓이자 장외시장에 동참하는 개미가 늘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화했다. 고점을 찍은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장외에서 또 다른 기회를 노렸다. 때마침 신규 상장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비상장 주식 열기는 ‘열풍’으로 불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추락하는 비상장사 주가
올 들어선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자산 가격 하락이 장외시장으로까지 확산하면서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형성됐던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나거나 심한 경우 3분의 1~4분의 1 토막 난 비상장 주식이 속출하고 있다.
장외시장 인기 주식이던 두나무는 작년 11월 52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엔 13만6000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73.8% 급락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같은 기간 15만7000원에서 4만1100원으로 비슷하게 떨어졌다. 컬리는 올 1월엔 11만6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3만600원으로 하락했다. 역시 4분의 1 토막이다. 카카오모빌리티(-79.5%) 야놀자(-52.2%) 케이뱅크(-53.0%) 등도 고점 대비 절반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거래 부추긴 사설 거래소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상장 주식에 개미들이 쉽게 손을 댈 수 있게 된 건 사설 거래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엔젤리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거래소는 직거래 방식으로 매매하던 장외 주식을 온라인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거품이 꺼지자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 주식과 달리 공시가 없고, 회사 관련 소식도 뉴스로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엔젤리그는 주당 가격이 높은 비상장 주식을 투자조합 형태로 투자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망 스타트업을 1만원 단위로 살 수 있다는 소식에 200여 개에 달하는 개인투자조합이 생겨났다. 예컨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배달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에 투자하는 조합은 8개가 결성됐다. 이들 조합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업가치 5050억~6300억원 사이에 투자했지만 현재 몸값은 6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30세대 손실 불가피
장외 열풍을 주도하던 2030세대가 특히 큰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 13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장외 주식 거래소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2020년 10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이용자의 43.78%가 2030세대였다. 엔젤리그는 작년 상반기 2030세대 이용자 비율이 56%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 제도권 비상장주식 거래소인 K-OTC 수준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발행 기업의 수시·정기 공시 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들이 퇴출되면서 거래 종목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450개가 넘던 거래 종목이 60개로 감소했다. 신규 매수가 막히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이승련·엄상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두나무 운영진들이 2017년부터 숫자 '8' 이라는 ID를 개설해 1221억원 규모의 현금을 업비트에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코인을 사고 팔아 마치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고 보고있다. 이에 사전자기록등위작 혐의를 적용해 송 의장을 기소했다. 또한 당시 시세로 1491억원을 챙긴 것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이 같은 방법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항변했다.1심 재판부는 "두나무 운영진이 특정 아이디를 통해 매매 주문의 제출과 취소를 반복적으로 진행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업비트 원화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송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가상자산의 경우 제도화 된 법이 없어 자전거래 등을 이유로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것도 판결의 이유가 됐다. 2심 재판부 역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의 진술을 수집하면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나머지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업비트 운영진들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송 의장은 1221억원의 현금과 암호화폐가 입금된 것처럼 허위로 입력하고 거래소의 ID를 개설해 자전거래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 이승련 엄상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과 임직원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송 의장은 2017년9월부터 11월까지 봇(Bot) 계정인 '회원ID=8번'을 생성해 총 1491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및 원화 거래가 있던 것처럼 허위 입력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자산과 원화를 표시하고 거래 주문을 하면서 인위적으로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꾸몄다는 게 요지다. 당시 검찰은 매도·매수 주문을 냈다가 취소하는 방식으로 총 254조원에 이르는 주문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기각했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위 외에서 압수물을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서버, 원격지에 존재하는 외부 서버에 클라우드가 포함된다고 볼 순 없다"라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기해 업비트 데이터베이스에서 8번 계정의 거래내역을 압수했지만,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영장 혐의사실 관련해 선별 절차 없이 전자정보들을 일괄 압수수색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피압수자와 변호인들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하는데 이런 조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재판부는 "앞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능력이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들의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가 없다"라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높은 시장금리에도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려는 50~60대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모바일·핀테크 혁명을 타고 될성부른 비상장 기업에 장기 투자해 잭팟을 터뜨리는 사례가 잇따른 덕분이다.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으로 시니어 투자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두나무에 따르면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50~60대 이용자 비율은 2020년 5월 24.12%에서 작년 5월 27.71%, 지난 5월 30.8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두나무는 “50대와 60대 투자자 유입이 이어진 것은 체계적인 종목 관리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업계 최초로 증권사 안전 거래 시스템을 연계해 거래 불안정성, 높은 유통마진 등 비상장 주식 시장이 갖고 있던 각종 고질적 병폐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비상장 기업은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많은 만큼 종목 관리·감독을 전담하는 ‘종목 심사위원회’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 공인회계사, 변호사, 투자자산운용사 등 전문가들이 법률과 재무,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성장성을 분석하고 있다.편리한 사용자환경(UI/UX)도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장점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홈화면은 비상장 기업들의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거래 및 인기 검색 종목 현황 등으로 구성돼 시장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종목과 구매하기 버튼을 연동해 유망 기업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 종목 검색이 쉽도록 관심 있는 테마에 맞춰 검색하는 ‘테마별 탐색’ 기능도 갖췄다.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등록된 기업들은 모두 △정기공시(감사보고서 등) △수시공시(부도, 영업활동 정지, 회생절차, 증자 또는 감자 결정, 주식분할 및 합병 등 회사 주요 경영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조회공시(풍문 또는 보도의 사실 여부 확인, 주가 급등락 시 중요 정보 확인) 등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허위 정보를 차단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매주 금요일마다 자체 콘텐츠인 ‘비상장 주식 101’을 연재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 용어 설명, 종목 발굴, 세금 납부 등 비상장 주식 거래 전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