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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마켓PRO]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 호재만발이라더니…골칫거리된 한솔케미칼
'23년, 삼박자가 맞는 해'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낸 한솔케미칼 관련 보고서 제목입니다. 언뜻 보면 다가올 새해에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6개월 남짓 만에 목표주가를 20% 낮췄기 때문입니다. 뒤를 이어 하이투자증권도 20% 넘게 목표주가를 낮춰잡았습니다. 물론 보고서의 제목은 '내년을 생각하면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쓰여있습니다.

핑크빛으로 가득한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제목과 달리 개미들에게 지난 1년은 악몽과 같았습니다. 반도체, 2차전지 등을 두루 장착한 한솔케미칼을 믿고 투자를 했지만 1년 새 주가는 32%나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다중 호재를 갖춘 팔방미인이 아니라 온갖 악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고통받고 있는 개미들에게 한솔케미칼이 삼박자를 갖춘 종목으로 재도약할지, 기대를 저버린 미운오리새끼가 될지 마켓PRO가 살펴봤습니다.

쌍두마차인줄 알았는데...

코로나19로 주식붐이 일었던 2020년 한 해 개인투자자들은 한솔케미칼 주식 261억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그 해 한솔케미칼 주가는 85% 뛰었습니다. 코로나 저점(6만6200원)과 비교하면 196%나 폭등했습니다. 주가가 연초 대비 30% 넘게 하락한 올해는 2020년보다 2배 많은 534억원가량의 한솔케미칼 주식을 개미들이 순매수했습니다. 한 때 200%에 달하는 달콤한 수익을 안겨준 종목인만큼 반등을 기대하고 올라탄 개인들이 상당할 겁니다.
[마켓PRO]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 호재만발이라더니…골칫거리된 한솔케미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지부진한 장세 속에서 유독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차전지' 관련주들과 달리 유독 맥을 추지 못하고 있죠. 투자자들 사이에선 "곳곳이 호재 투성라더니 악재만 흡수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집니다.

실제 한솔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남 부러울게 없습니다. 제지회사가 모태인 한솔가(家)의 장남이 한솔케미칼 회장을 맡고 있는 것만 봐도 그룹 내 알짜 회사라고 볼 수 있겠죠. 한솔그룹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딸 이인희 고문의 아들들이 이끄는 범삼성가 중견그룹입니다. 특히 한솔케미칼은 이인희 고문의 장남 조동혁 회장이 이끌고 있죠.(이인희 고문의 셋째 아들인 조동길 회장이 한솔제지를 주력 사업으로 둔 한솔홀딩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는 조동혁 회장의 장녀 조연주 부회장이 한솔케미칼의 주요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간 전자소재용 테이프와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테이팩스를 인수해 상장시키는데 성공했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회사 영업이익은 10년 전 2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000억원남짓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마켓PRO]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 호재만발이라더니…골칫거리된 한솔케미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지 및 섬유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 섬유에 사용되는 차아황산소 등이 한솔케미칼의 주력 제품입니다.

특히 과산화수소의 경우 반도체 업황이 좋을수록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반도체 호황기때마다 한솔케미칼이 주목을 받아온 이유입니다. 여기에 2차전지라는 '뜨는' 아이템까지 장착했습니다. 리튬이온 전지용 소재인 음극바인더, 분리막바인더, 실리콘음극재 등이 한솔케미칼이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2차전지라는 주력 사업을 양손에 쥔 한솔케미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실제 2020년 이후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1년여전 한 자산운용사 A 대표는 "반도체가 살아나면 반도체주로, 2차전지가 살아나면 2차전지주로 평가받기 때문에 여로 호재를 갖춘 우량기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A 대표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우량 기업은 맞지만 당장 좋은 주식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반도체와 2차전지라는 굉장히 좋은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만 오히려 두 가지 사업군이 악재를 맞닥드릴 때마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도체 불황에 주가가 주춤하고 2차전지주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 주가가 주춤하는 식이죠. 생각과 다르게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이 됐다는 겁니다. 실제 반도체와 2차전지 업황이 모두 고르게 좋다면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야가 다운사이클로 접어들 경우 주가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 실적면에서야 한 쪽의 부진을 다른 사업으로 메워갈 수 있겠지만 주가를 결정하는 시장의 투자자들은 결코 좋은 것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죠.

낮아지는 실적 전망치, 악재에 사들여라?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목표주가를 20% 낮춘 것은 실적 때문입니다. 올 3분기 실적은 매출 2160억원, 영업이익 460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 감소했습니다. 4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이 고꾸라진 셈입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과산화수소 등의 원재료(LNG) 가격이 오르며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TV 판매가 부진한 탓에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도 좋지 않은 성적을 냈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한솔케미칼에 대해 6개월 전 217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를 197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일각에선 원재료 가격이 높아진 만큼을 내년에는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켓PRO]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 호재만발이라더니…골칫거리된 한솔케미칼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받쳐줄지가 관건입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다수 반도체 메이커들이 늘어난 재고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감산'을 선언했으니까요. 그나마 감산을 택하지 않은 삼성전자의 경우 평택공장(P3) 신규 가동이란 긍정적인 이슈가 있지만 이마저도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2차전지에 쓰이는 실리콘 음극재 생산량을 연 1500톤 규모로 확대키로 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장상황에 따라 내년에 실제 실적이 제대로 나와야 주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2차전지 외에도 디스플레이 분야에 있어서 올해 부진했던 TV 시장이 내년에 살아날 경우 퀀텀닷 소재 수요가 커지면서 한솔케미칼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보고서 제목처럼 '삼박자'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선행돼야할 게 너무 많아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중에 하나라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낸다면 주가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년에는 주가가 살아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쉽게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다만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매크로 불확실성과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발생한 주가 조정을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30일 새롭게 제시한 목표주가는 28만원으로 이날 종가 대비 33%의 상승여력이 남아있습니다.(참고로 지난 2월 이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주가는 38만원이었습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