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에
채권 비중 늘리는 투자자 증가
올 1.7조 유입…설정액 10조 넘어
장기·만기매칭·단일종목혼합 등
채권형 EFT 종류도 다양해져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보다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투자자가 증가하면서다. 채권형 ETF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식과 국채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 채권과 펀드의 만기를 맞춘 ETF 등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들어 1조7468억원 순유입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 ETF에 1조7468억원이 순유입됐다. 올초 8조7766억원이던 설정액은 10조5234억원으로 늘어났다.
채권형 펀드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내년부터 금리 상승세가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1월 연 0.25%에서 이달 연 4%까지 올랐다. 증권업계는 미국 기준금리가 연 5%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장기채 ETF는 금리 하락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이다. 그동안 금리 급등에 따라 큰 폭의 조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폭이 더 크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들은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를 1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테슬라 주식과 동시 투자
개별 주식과 국고채를 동시에 투자하는 혼합형 상품도 각광받고 있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KODEX 삼성전자 채권혼합Wise, SOL 미국TOP5 채권혼합40 Solactive가 대표적이다.
혼합형 ETF의 장점은 주식의 시세차익과 국채의 이자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은 펀드 자산의 29.5%는 테슬라 주식, 나머지 70.5%는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한다.
KODEX 삼성전자 채권혼합Wise는 삼성전자와 국채를 3 대 7 비중으로 담았다. SOL 미국TOP5 채권혼합40 Solactive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테슬라에 펀드 자산의 40%를 투자한다.
만기매칭형 ETF는 투자 리스크가 가장 작은 상품이다. 펀드 만기를 2년 이내로 잡고 편입 채권의 만기를 동일하게 맞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 리스크를 없앴다. 만기 때 상환 원금을 받는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손실이 나지 않는다.
기대 수익률은 연평균 4~5% 수준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투자하면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며 “다만 이 같은 수익을 내려면 만기까지 펀드를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켓인사이트 11월 29일 오후 4시25분우량 신용도를 갖춘 기업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AA급 이상 신용등급을 확보한 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조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 마비를 촉발한 단기자금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총 1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1년 만기 회사채 1300억원, 2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300억원으로 구성했다. 수요예측 결과 1년 만기 회사채에 3540억원, 2년 만기 회사채에 710억원, 3년 만기 회사채에 11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도움으로 신용도를 높인 게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A+(긍정적)’ 수준이다. 하지만 DGB금융지주의 지급보증으로 신용등급을 ‘AAA’로 끌어올렸다.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이 열린 것은 지난달 28일 교보증권(AA-급) 이후 처음이다. 그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마비되면서 회사채 발행 물량은 씨가 말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채 금리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우량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다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이 본격 가동된 데다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21일 연 5.736%에서 이날 연 5.468%로 낮아졌다.SK그룹 지주사인 SK(AA+급)는 30일 총 23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 시장 ‘큰손’인 SK텔레콤(AAA급)은 다음달 2000억~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내년에도 저성장·고금리 기조 속에서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도 수익성은 계속 높아지는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예상 PER이 10배 미만이면서 PBR이 1보다 낮은 기업은 3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년에도 실적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25곳이었다. 한진, BGF리테일, 이마트, HL홀딩스, 현대홈쇼핑, KCC, 한섬, 롯제지주, 세아베스틸지주, 넥센타이어, 현대위아, 한국조선해양, 신세계, LS, 두산 등이다.전문가들은 과거 주식시장에서 버블장 이후 가치주 강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꼽는다. 내년 역시 ‘저평가·고실적’ 테마 투자가 유효할 것이란 조언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보기술(IT) 버블 이후에도 그랬듯이 거품이 사라진 뒤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내년에 고금리 및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점도 가치주 강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만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해 기대수익률(PER의 역수)이 높은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며 “또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저PBR 종목이 수혜를 본다”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국내 스마트폰 부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아이폰 매출 비중이 높은 LG이노텍보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29일 LG이노텍은 1.81% 하락했지만 삼성전기는 1.89% 올랐다. 삼성증권은 이날 LG이노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가는 36만원에서 33만원으로 8.3% 내렸다.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한다.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 늘었다. 올해는 이 비율이 3%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반면 삼성전기는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꺾이고 있음에도 중국 수요는 내년에 반등 가능성이 커서다. 삼성전기 매출에서 중국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이른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했다”며 “잠재 수요가 쌓여 있는 만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책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주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