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신용도를 갖춘 기업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AA급 이상 신용등급을 확보한 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자금조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 마비를 촉발한 단기자금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총 1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1년 만기 회사채 1300억원, 2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300억원으로 구성했다. 수요예측 결과 1년 만기 회사채에 3540억원, 2년 만기 회사채에 710억원, 3년 만기 회사채에 11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AA-급) 이후 처음이다. 그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마비되면서 회사채 발행 물량은 씨가 말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채 금리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우량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다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안정화 정책이 본격 가동된 데다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21일 연 5.736%에서 이날 연 5.468%로 낮아졌다.
내년에도 저성장·고금리 기조 속에서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도 수익성은 계속 높아지는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예상 PER이 10배 미만이면서 PBR이 1보다 낮은 기업은 3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년에도 실적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25곳이었다. 한진, BGF리테일, 이마트, HL홀딩스, 현대홈쇼핑, KCC, 한섬, 롯제지주, 세아베스틸지주, 넥센타이어, 현대위아, 한국조선해양, 신세계, LS, 두산 등이다.전문가들은 과거 주식시장에서 버블장 이후 가치주 강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근거로 꼽는다. 내년 역시 ‘저평가·고실적’ 테마 투자가 유효할 것이란 조언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보기술(IT) 버블 이후에도 그랬듯이 거품이 사라진 뒤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내년에 고금리 및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점도 가치주 강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만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해 기대수익률(PER의 역수)이 높은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며 “또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저PBR 종목이 수혜를 본다”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국내 스마트폰 부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이노텍과 삼성전기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아이폰 매출 비중이 높은 LG이노텍보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29일 LG이노텍은 1.81% 하락했지만 삼성전기는 1.89% 올랐다. 삼성증권은 이날 LG이노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가는 36만원에서 33만원으로 8.3% 내렸다.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한다.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 늘었다. 올해는 이 비율이 3%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반면 삼성전기는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꺾이고 있음에도 중국 수요는 내년에 반등 가능성이 커서다. 삼성전기 매출에서 중국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이른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했다”며 “잠재 수요가 쌓여 있는 만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책이 주가 상승을 이끄는 주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현대자동차와 기아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자동차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만큼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29일 현대차는 0.90% 오른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9월 7일 20만2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주가는 16만~20만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기아도 이날 2.91% 상승했지만 9월 7일(8만2300원)과 비교하면 18.23% 하락한 상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국내 완성차업체에 악재로 작용했고, 내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동차주가 극심한 저평가 상태라는 의견이 많다. 이날 다올투자증권은 기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강력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2%에 달함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년 전 6.2배에서 최근 4.2배로 내려왔다.일각에서 제기하는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과하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두 회사의 내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5%, 49.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IRA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뚜렷한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호적인 환율(원화 약세)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운송·재료비 등 원가 부담도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