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각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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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인기 종목 한 개에 집중 투자하는 길이 열린다. 이른바 '단일종목형 ETF'가 29일 동시 상장하면서다. 해당종목들은 국민주 삼성전자부터 글로벌 대표 기업인 테슬라애플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자산운용사 6곳(미래에셋·삼성·신한·KB·한국투자·한화운용)은 단일·소수종목형 ETF를 주식시장에 동시 상장한다. 대표 주식 한 종목이나 소수 종목을 선별한 뒤 포트폴리오의 남은 공간은 채권으로 채워넣는 전략을 취한 상품이다. 단일종목의 비중 상한은 30%이고 소수종목의 경우 최대 40%까지 담을 수 있다.

이번 상장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위험자산의 투자 한도가 70%로 한정돼서 개인투자자들은 남은 30%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이 때 30%의 공간은 개별종목이 아닌 펀드를 활용해서 채우도록 돼있다. 때문에 최대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거나, 이 중에서도 선호하는 특정 종목을 더 많이 담고자하는 사람들이 단일종목형 ETF를 고를 수 있다.

미국처럼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선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체로는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들을 보면 '진작 내면 좋았을 걸', '테슬라나 애플은 꽤 솔깃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단일종목을 살 수 있는 효과인가? 괜찮은데', '이거 한 종목에 몰빵 투자하는 사람들한텐 기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6개 ETF는 서로 다른 단일종목(소수종목)을 간판에 내걸었다. 운용사들은 가급적 대표 종목이 겹치지 않게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일종목으로 삼성전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테슬라, 한화자산운용은 애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엔비디아 등을 각각 선택했다. 소수종목 전략을 취한 운용사는 두 곳이다. KB자산운용은 삼성 주요 계열사 3사(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I)를, 신한자산운용은 미국 나스닥·S&P500 톱5(현재 기준 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에 투자하기로 했다.

각사 ETF 제안서를 취합해 살펴본 결과 단일종목형 ETF와 소수종목형 ETF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비중'이었다.

단일종목은 주식 1종목의 비중 상한이 30%이지만, 복수의 주식으로 혼합형 ETF를 꾸리는 KB운용과 신한운용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4대 6이었다. KB운용은 삼성전자 20%·삼성바이오로직스 10%·삼성 SDI 10%로 주식 비중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3년 만기 국채를 담기로 했다. 신한운용은 미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5종목을 8%씩 동일 비중으로 담고 남은 60%는 단기 통안채 9종목에 투자한다.

때문에 소수종목 ETF를 택한 운용사들은 단일종목 ETF 대비 더 많은 부분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안전자산 30%에 주식 비중이 40%인 채권혼합형을 투자해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82%까지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종목들의 섹터가 다른 만큼 ETF 본래 취지인 '분산투자' 효과도 살릴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다만 직관적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단일종목형 ETF가 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채권혼합, 테슬라채권혼합, 엔비디아채권혼합, 애플채권혼합 등 종목명에서부터 특정 종목의 대표성을 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주식인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는 우리나라에서 애호가들이 많은 주식들이다.

총보수의 경우 삼성운용과 한투운용의 ETF가 0.07%로 가장 싸다. KB운용의 경우 0.2%이고 미래에셋운용과 한화운용, 신한운용은 0.25%다.

윤영기 한국거래소 ETF개발팀장은 "주식의 국적이라든가 투자비중이라든가 차별지점이 많은 콘셉트의 상품들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신의 투자성향을 잘 파악해 선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에 상장된 단일종목 ETF와는 완전히 다른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