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해외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해외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사진=뉴스1)
입국 관련 규제 완화로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각국의 방역규제 완화와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발맞춰 연말부터 국제선 운항 규모도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저비용항공사(LCC)보다 대형항공사(FSC)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 양극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제주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150원(1.44%) 오른 1만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티웨이항공도 전 거래일보다 20원(1.08%) 오른 1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이들 주가는 각각 3.4%, 18.7% 올랐다.

이같은 주가 상승은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연말 효과가 더해지는 12월 항공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3분기 회복 과정이 기대만큼 순조롭지 못했지만 4분기부터는 일본여행 재개에 따른 회복은 변함없이 유효하다. 10월 중순부터 국제선 여객의 증가 속도는 3월말 입국자 자가격리가 풀렸던 초창기보다 빠르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세계 신규 확진자가 400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가 10배 증가하는 동안 사망자 수는 4배 가량 증가하는데 그치는 등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코로나19 위험성이 낮아지며 해외 입국자에 대한 각국의 입국 규제도 빠르게 완화됐는데 일찍부터 리오프닝을 재개한 서구권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입국자 자가격리를 면제했으며 1월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2~3월부터 백신 접종자에 대해 입국시 자가격리 면제를 허용했다. 이로 인해 미주와 유럽 노선 여객은 지난해 4월부터 빠르게 회복됐다.

9월부터는 그동안 엄격한 입국 규제를 유지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있다. 홍콩은 9월 26일에 입국자 시설 격리 규정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팬데믹 이후 약 2년 반 만에 격리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입국자 제한과 자가격리 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했던 대만 또한 9~10월간 2단계에 걸쳐 점진적인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산업 타격에도 한동안 비자 제한과 입국 전 사전 정보 기입 요구 등을 유지하던 동남아 국가들 또한 입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특히 일본은 10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68개 국가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허용과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 중단 조치 이후 입국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0월 일본 입국자 수는 49만명을 상회하며 전월대비 140%, 전년 동월 대비 2150% 급격한 상승을 기록했다. 일본 노선 운항 편수 또한 9월 1704편에서 10월 입국 완화 이후 한 달만에 2748편으로 61%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추세라면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가 연말에는 2019년 동기 대비 60%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만이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치사율 하락으로 단계적인 방역 완화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제로 코로나’ 선택에 따른 득실은 실질적으로 동등해졌고 집권 3기 출범과 함께 2023년까지 2단계에 걸쳐 중국 제로 코로나 방역의 점진적인 완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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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경우 델타, 오미크론 등으로 이어지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도 2021년 국내 여객 수송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해외 입국 규제가 완화된 올해에도 월 300만명 수준 내외를 유지 중으로 지난해와 2019년을 상회하는 국내선 여객 수송 실적이 예상된다.

실제 각국의 입국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온라인 항공권 판매업체 5곳의 10월 해외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69% 증가하며 코로나 이전 판매액마저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10월까지 검색 포털에서 해외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항공권, 해외여행, 외국여행 등을 검색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를 꾸준히 상회하며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여객 수요를 위축시켰던 펜데믹 영향력은 빠르게 축소되는 중이나 고환율, 고유가, 경기침체라는 새로운 대외환경 변수들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긴축으로 원·달러 환율은 10월 한때 144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고 유가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하면서 6월 한때는 항공유 가격이 16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대형항공사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부채와 연료비를 외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민감도가 높지만 대한항공은 외화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변동성이 낮출 수 있다. 실제로 2분기와 3분기 대한항공 외화관련순손실은 각각 1940억원, 3998억원 발생했으나 외화파생상품에서 1160억원, 972억원 이익을 거두며 환율 상승 국면에서 일부 헷지가 가능했다.

항공 관련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소득 격차 확대는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이상 프리미엄 좌석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 현재 대한항공 국제선 비즈니스 예약률은 거의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상황으로 LCC 대비 소비 양극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확대, 프리미엄 좌석 제공, 마일리지 등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해 LCC와 운임 차별화가 가능하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중장기 대한항공은 국제선 점유율 40% 이상의 명실상부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